통계청이 발표하는 조사 결과 중에는 부동산 시장의 현재를 보여주고 미래를 암시하는 자료가 여러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입니다.
대한민국 영토 안에 거주하는 인구와 가구, 주택의 규모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로, 5년 주기로 조사원이 가구를 방문(인터넷 조사 포함)하는 방식으로 시행되다가 2015년부터는 행정자료를 활용한 등록센서스 방식이 도입돼 주요 항목은 매년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에 2022년 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상당수 언론기사가 역시 인구 감소에 방점을 뒀습니다. 대한민국 총인구는 2022년 11월 기준 5,169만 2천 명으로 전년(5,173만 8천 명)보다 4만 6천 명(0.1%) 감소하면서 1949년 센서스 집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줄어들었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내국인 인구가 전년보다 14만8천 명(0.3%) 줄어든 4,994만 명으로, 2018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4천만 명대로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군구별 인구 증감률, 2022년
가구를 구성하는 인구가 감소했으니 가구수도 줄었을 것 같은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총가구는 2,238만 3천 가구로, 전년보다 1.6% (36만 가구) 증가했습니다. 인구 감소폭보다 가구 증가폭이 더 크네요. 인구는 줄었는데 가구는 증가했으니,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는 당연히 줄었겠죠? 2.25명으로, 5년 전보다 0.23명 감소했습니다. 특히, 1인 가구가 2010년 414만 2천 가구에서 2022년 750만 2천 가구로 늘면서,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7.2%에서 지난해 34.5%로, 3집 중 1집이 1인 가구인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 통계가 부동산 시장에 중요한 건 주택에는 사람이 살기 때문입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가구'가 삽니다. 때문에 주요 수요의 기준은 '인구'가 아닌 '가구'입니다. 최근 주택가격이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통계는 그 이유를 일부 암시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지만 가구수는 계속 증가해 주택 수요가 당분간 여전할 것이라는 거죠. 다만, 평균 가구원 수가 계속 줄면서 주택 수요가 과거 중대형에서 전용면적 84㎡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로 꾸준히 이동할 것이라는 점도 암시하고 있습니다.
한때 시장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집값 폭락론의 주된 근거는 '인구 감소'였습니다. 집을 살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만큼, 집을 더 지어도 안되고 사도 안 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인구는 감소하는데 가구는 증가하는 현 상황은 예견하지 못했나 봅니다.
부동산 정책은 정교하면서도 한 발 앞서 나가야 합니다. 인구 감소 시대라고 손 놓고 있다간 가구 분화로 늘어나는 중소형 수요에 주택가격 불안이 재연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외국인 인구가 전년보다 10만 명 넘게 증가하며 내국인 감소를 일정부분 상쇄한 점도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주택종류별 구성비, 2000~2022년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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