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추락한 용'으로 불리던 대만이 다시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대만이 빠른 체질개선과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1인당 국내총생산(GDP) 지표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냉정한 진단이 나옵니다.
오늘(1일) 대만 경제부 통계처에 따르면 대만의 1인당 GDP는 18년 만에 한국을 다시 역전했습니다.
통계처는 "대만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등에 힘입어 최근 10년간 연평균 3.2%씩 성장해 같은 기간 한국 성장률(2.6%)을 앞섰다"며 "지난해 원화 가치 하락 폭이 커진 것도 (대만의 한국 역전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과 대만은 인구밀도가 비슷하고 제조업 기반의 수출 중심 산업 구조도 같아 종종 비교 대상이 됩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만은 1인당 GDP에서 한국을 앞섰지만,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와 반도체 치킨게임으로 한국의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뒤로는 중국에 제조업 경쟁력까지 뺏겨 '아시아 네 마리 용(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중 최약체'로 거론됐습니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삼성전자의 메모리 분야에서 TSMC의 비메모리 분야로 바뀌면서 대만의 재도약이 가시화됐습니다.
대만과 우리나라 희비를 가른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차이라는 분석입니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안착한 덕분에 TSMC의 기업 가치는 2019년 11월부터 삼성전자를 앞섰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대만 전체 GDP에서 제조업 비중은 2013년 29.1%에서 지난해 34.2%로 5.1% 포인트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이 27.8%에서 25.6%로 2% 포인트 넘게 빠진 것과 대조됩니다.
대만 제조업의 부가가치율도 2020년 32.5%로 한국(28.7%)과 격차를 더 벌렸습니다.
대만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및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적 충격에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워 뒷심을 발휘했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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