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양도·종부세, 재산세 인하 발표에 이어 9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10월 15억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 12월 재건축 안전진단 개편, 그리고 올초 규제지역 대거 해제와 중도금대출 허용 등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던 부동산규제 완화 정책에 시장이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서울 곳곳에서 급매가 팔린다는 얘기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시작은 동남권, 그 중에도 송파구였던 것 같습니다. 뚜껑을 연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 분양가가 상한제 적용에도 전용84㎡ 기준 13억 원대, 발코니 확장비 등을 합하면 14억 원에 달했던 영향이 컸습니다. 생각보다 저렴하게 느껴지지 않자 분양을 기다렸던 수요자 중 일부가 옆 동네 대단지인 가락동 헬리오시티로 넘어간 겁니다. 둔촌주공 입주자모집공고가 공개된 이후 헬리오시티는 같은 크기 15억 원대 초급급매를 시작으로 16억 원대까지 속속 거래되면서 현재 17억 이하는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매매거래 건수 역시 두 달 간 3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헬리오시티가 뛰면서 잠실엘스와 주공 5단지 등 인근 아파트 가격도 작년 최저가보다 2억 원 가량 높아졌습니다.
규제지역 대거 해제와 분양 규제완화 등 1.3 대책으로 불리는 국토교통부의 올해 첫 업무계획 보고가 발표된 이후에는 이런 흐름이 서울 전반으로 퍼져가는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외곽 지역으로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큰 폭으로 집값이 하락한 노원, 도봉, 강북구, 이른바 노도강 지역도 하락폭이 줄고 있습니다. 아파트 거래량도 늘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작년 10월 557건으로 바닥을 찍은 뒤 11월 732건, 12월 794건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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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보니 시장에선 가파르게 내리기만 하던 집값이 이제 바닥 다지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솔솔 제기됩니다. 특히, 수요를 크게 위축시켰던 금리 움직임이 작년과 달리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3.50%인데, 금융통화위원들 사이에선 최종금리 수준을 3.50%와 3.75%로 보는 의견이 3대 3으로 팽팽하게 갈려 있습니다. 더 올려야 한 번, 그것도 0.25%p라는 겁니다. 시장 금리도 안정 조짐을 보여 대출금리 지표가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작년 12월 4.29%로 11월보다 0.05%p 낮아졌고, 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은 이르다는 지적이 더 많습니다. 금리 상승이 현재 수준에서 멈춘다고 해도 지금도 높은 수준이어서 대출자들의 부담이 여전히 큽니다. 월급은 안 올랐는데 물가는 급등해 쓸 돈이 없고, 올해 경제전망도 좋지 않아 수요자들이 집을 살 엄두를 내기 쉽지 않습니다. 또, 집값이 상승곡선을 타려면 후속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급급매와 가격이 1억 원 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따라가기 조심스러워 집니다.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다른 분기 대비 많은 편이어서 매매가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전세가격도 당분간 약세가 예상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택 구매는 목돈이 들고 이사도 가야 해서 속성상 의사 결정에 시간이 필요해, 시장 흐름이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는데 일반적인 재화보다 오래 걸립니다.
다만, 한번 돌아서면 이번 하락장처럼 가속도가 무섭게 붙는 속성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시장이 정상 작동하도록 주택 거래는 살리되, 투기 수요 등 시장 과열은 막는 정확한 시장 판단과 면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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