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 침체기에도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 8600개가 넘는 청약통장이 몰렸다. 과천지역 거주민만 청약 신청이 가능하고 전매제한이 10년이나 걸려 있음에도, 거액의 시세 차익이 보장돼 있다는 기대감이 실수요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과천푸르지오라비엔오'는 일반공급 5가구를 분양한 결과 4511명이 청약 신청에 나서 평균 쟁률 902.2대 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별로 ▲84㎡D 2가구 각각 700.5대 1 ▲84㎡E 2가구 각각 1006대 1 ▲99㎡ 1가구 1098대 1을 나타냈다.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는 3가구를 모집하는 무순위 청약에 4094명이 도전하면서 평균 경쟁률 1364.7대 1을 달성했다. 전용면적 별로 ▲84㎡A 1가구 1430대 1 ▲84㎡B 2가구 각각 1332대 1 등 모든 타입이 골고루 흥행했다.
이번 무순위 청약 물량은 경기도가 운영하는 특별사법경찰단이 부정 청약 사례를 적발해 계약을 취소한 물건이다. 분양가는 지난 2020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됐다. 최고 분양가 기준 과천 푸르지오 라비엔오 84㎡가 7억9993만원이고 99㎡가 9억1662억원이었다.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 84㎡도 8억338만원이었다.
부동산 하락장에서도 이 같은 과열 현상이 나타난 이유로 모집 세대 수가 적고 분양가 대비 시세가 높은 점이 꼽힌다. 분양권이나 아파트를 판매할 수 없는 전매도 제한이 입주자 선정일로부터 10년이나 걸려 있고 5년 동안 의무적으로 실거주해야 하지만, 그 사이 시세가 분양가를 밑도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 셈이다.
현재 인근 단지인 원문동 '과천래미안슈르' 전용 84㎡의 경우 가장 저렴한 매매호가가 14억원이다. 아파트값이 추가 하락한다고 해도 여전히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할 가능성이 크다. 입주가 어느 정도 완료된 '과천자이' 전용 84㎡가 지난 7월 20억5000만원,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84㎡가 지난 6월 21억원에 손바뀜된 점을 고려하면 10억원가량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의 부침을 반복적으로 겪어 온 수요자들이 향후 부동산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청약을 넣었다는 의미"라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확대된 이자 부담을 버텨내도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청약자들과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일부 평형에 현금 부자가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위장전입이나 부부 중복 청약, 허위 이혼 등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의 레이더에 걸려든 부정 청약 사례가 상당히 많다"며 "당분간 과천지식정보타운 내에서 무순위 청약이 몇 차례 더 진행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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