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90이 올해 '별들의 전쟁'에서 벤츠 S클래스에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판매대수에서 두 배 차이로 패배했던 아픔을 씻어냈다.
매경닷컴이 10일 현대차그룹,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2019~2022년 판매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벤츠, 제네시스에 모욕감을 줬다
2020년 한정판으로 나온 제네시스 G90 스타더스트[사진출처=제네시스]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차 통계를 산출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제네시스 EQ900 부분변경 모델로 출시된 제네시스 G90은 2019년까지 벤츠 S클래스를 압도했다.판매대수는 제네시스 G90이 1만7676대, 벤츠 S클래스가 6563대다. 제네시스 G90은 전신인 현대차 에쿠스와 EQ900의 명예를 지키며 국내 '플래그십 세단' 1위 자리를 단단히 다졌다.
기업체 최고위직 임원(별)이 타는 '사장·회장차'이자 '성공 끝판왕' 타이틀도 방어했다.
제네시스 G90 위기는 2020년부터 시작됐다. 판매대수는 1만195대로 전년보다 42.3% 감소했다. 반면 벤츠 S클래스는 6223대로 전년도와 비슷한 성적을 거둬들였다. 두 차종의 격차는 크게 줄었다.
현대차 에쿠스 [사진출처=현대차]
제네시스 G90은 지난해 기록적인 참패를 당했다. 7세대로 진화한 벤츠 S클래스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국내 출시된 신형 벤츠 S클래스는 판매 돌풍을 일으켰다.벤츠 S클래스는 지난해 총 1만543대 판매됐다. 전년(6223대)보다 69.4% 증가했다. 경쟁차종인 BMW 7시리즈는 2690대로 전년보다 13.4% 늘었지만 격차가 컸다.
벤츠 S클래스는 벤츠 E클래스(2만6109대), BMW 5시리즈(1만7740대), 아우디 A6(1만2273대)에 이어 수입차 판매 4위를 기록했다.
벤츠 S580 4매틱은 1억원 이상 차종 중 유일하게 수입차 트림별 '판매 10위' 안에 들어갔다
제네시스 G90은 같은 기간 523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벤츠 S클래스 판매대수의 절반에 그쳤다. 신형 출시를 앞두고 판매가 감소할 때가 많지만 정도가 심했다.
4세대 신형 G90, S클래스에 앙갚음
벤츠 S클래스 [사진출처=벤츠]
제네시스 G90은 지난해 12월 이름 빼고 다 바꾼 '완전변경' 4세대 모델로 명예 회복에 나섰다.신형 제네시스 G90은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은 품격 있는 실내·외 디자인,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운전자의 부담을 덜어줄 첨단 주행 보조 기술, 이동 시간에 가치를 더하는 다양한 기술을 집약했다.
외관은 우아하면서도 당당하게 디자인됐다. 실내는 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오너드리븐카는 물론 운전기사가 따로 있는 쇼퍼드리븐카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본 모델 가격은 9100만원이다. 사양(옵션)을 추가하면 1억3000만원 안팎이다. 롱휠베이스 모델은 기본 가격이 1억6700만원이다.
벤츠 S클래스 가격은 1억3460만~2억960만원이다. 인기 많은 모델인 벤츠 S350d는 1억4040만원, 벤츠 S400d 4매틱은 1억5810만원이다. 제네시스 G90을 살 돈이면 벤츠 S클래스도 가능하다.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 실내 [사진출처=제네시스]
디자인, 성능, 품격을 모두 향상한 신형 제네시스 G90은 출발부터 복수에 성공했다.계약 개시 첫날에만 1만2000대 넘는 실적을 올렸다. 벤츠 S클래스 1년치 판매대수보다 많이 계약됐다.
출발은 좋았지만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발생한 출고대란이 발목을 잡았다.
제네시스 G90은 올 1분기(1~3월)까지는 벤츠 S클래스에 졌다. 판매대수는 각각 2977대와 3573대다.
제네시스 G90은 2분기부터 강한 반격에 나서 결국 벤츠 S클래스를 잡았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 1~8월 제네시스 G90은 1만4658대 판매됐다. 전년동기(4017대)보다 265% 급증했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벤츠 S클래스는 같은 기간 1만2대 판매됐다. 전년동기(6820대)보다 46.6% 늘었지만 제네시스 G90의 폭증세에 빛이 바랬다.
제네시스 G90 주행 [사진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 G90은 브랜드 경쟁에서 제네시스가 벤츠를 따돌리는 데 기여했다.제네시스는 올들어 8월까지 총 8만7288대 판매됐다. 출고대란에도 불구하고 전년동기(9만2967대)보다 6.1% 감소했을 뿐이다. 선방했다.
주력모델인 제네시스 G80이 전년동기보다 18.2% 감소한 3만2152대에 그쳤지만 제네시스 G90 덕에 판매 감소세가 둔화됐다.
벤츠는 총 5만593대로 전년동기(5만5987대)보다 9.6% 감소했다. 주력모델인 벤츠 E클래스는 1만9014대 팔렸다. 전년동기(2만432대)보다 7% 줄었다.
벤츠 S클래스(왼쪽)와 제네시스 G90 [사진출처=벤츠, 제네시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벤츠 S클래스는 '플래그십 제왕'으로 대접받지만 국내에서는 '성공' 이미지를 단단히 구축한 제네시스 G90에 밀렸다"며 "제네시스 G90은 성공하면 타는 '하차감의 제왕' 자리를 한동안 지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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