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지원금이나 받게 일찍 걸릴 걸 그랬어요."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직장인 A씨는 "2년 동안 잘 피해 다녔는데 뒤늦게 (코로나19에) 걸릴 줄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확진자에 지급하던 지원금이 대폭 줄어든데다 치료비·생활비를 직접 부담해야 해 괜히 손해를 보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A씨는 "언제쯤 걸릴 거라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미리 장을 봐놓은 게 없다"며 "끼니를 배달 주문으로 거의 해결하고 있는데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치료비야 얼마 안 되지만, 생활지원금을 못 받는다니 차별 아닌 차별 같다"고 덧붙였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이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에 대한 추가 대책을 논의한 중대본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신규 확진자 뚜렷한 증가세…정부 지원은 '축소'
20일 신규 확진자 수가 7만6000명대를 기록하는 등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감염병 재확산이 고물가 현상과 맞물리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비용 문제가 또 다른 부담으로 떠올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7만6402명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인 이달 13일(4만252명)보다는 3만6150명이 많고, 2주 전인 이달 6일(1만9360명)과 비교하면 5만7042명이 많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세부 계통인 BA.5의 확산세가 빨라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 내달 중 하루 최대 28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가 확진자의 일주일 격리 방침은 유지하면서도 이달 11일부로 각종 지원을 축소해 고물가 속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가 이달 18일 밝힌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는 건강보험료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만 신청할 수 있다. 1인 가구라면 월 중위소득은 194만4812원이고, 4인 가구라면 512만1080원이다.
이전에는 유급휴가를 받지 못하는 확진자라면 소득이나 자산 수준에 상관없이 모두 생활지원비를 받을 수 있었다. 지급하는 지원금의 규모도 가구 내 격리자가 1명인 경우 10만원, 2명 이상이면 15만원으로 조정됐다.
20일 서울 마포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전자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물가 상승에 생활비 부담…"가난하면 아플 수 없다"
정부 지원 규모가 줄어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물가동향과 관련, 지출 부담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달 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소비자 B씨는 "지원금이 꼭 필요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형평성의 문제"라며 "정부가 코로나19 치료는 자가 부담으로 하고, 청년들의 '빚투(빚내서 투자)'는 탕감해주기로 한 점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에 걸린 뒤 최근 완치된 소비자 C씨는 "자비 부담이면 누가 치료를 받으려 하겠느냐"며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숨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재택 기간 배달 주문으로 식사를 해결하면 하루에 최소 3만원"이라며 "가난하면 아플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4일 생활지원금과 유급휴가비 지원 대상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하반기 재유행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팍스로비드 등 고가의 먹는 치료제나 주사제 비용만 계속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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