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도 노화가 진행되면 기능이 떨어진다. 난청은 노화의 원인이 가장 크다는 얘기다. 65세가 되면 4명당 1명, 75세는 3명당 1명, 85세는 2명당 1명꼴로 난청이 발생하고 95세가 되면 누구나 난청에 노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청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9년 42만명으로 2015년 29만명보다 약 42%나 증가했다. 30대 이하 젊은 환자도 8만여명(19.7%)으로 최근 이어폰 또는 헤드폰의 과다 사용으로 난청을 처음 진단받는 나이가 점차 젊어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난청은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환이 아니다. 하지만 난청이 있으면 사람들과 소통이 안되고 대화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해 소외감과 우울증으로 이어져 치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난청중점 클리닉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난청은 무엇보다 방치하면 청력이 계속 나빠진다"면서 "난청은 청각세포와 청각중추 퇴화를 비롯해 뇌세포 퇴화로도 이어져 치매 발생률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프랭크 린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성인 639명을 약 12년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경도 난청인이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두 배나 높았다. 이보다 조금 더 심한 정도의 난청을 가진 사람은 치매 위험이 약 3배, 중증도 난청인은 5배 더 높았다.
미국 국립난청·대화장애 연구소(NIDCD)의 조사에서도 난청인이 건강한 청력을 가진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알츠하이며 단체(Alzheimer's Society)에 따르면 치매 환자가 우울증을 앓게 되면 사고력과 기억력이 떨어졌다. 난청인의 뇌는 말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뇌 활동을 줄여 치매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난청은 우울증이나 치매의 원인이 된다. 난청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소리를 잘 못 듣는 난청인은 대화때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기 위해 과도하게 예민해지며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다. 말을 한 번에 듣지 못하고 자꾸 되묻는 일이 반복되면 마치 낯선 외국어를 듣는 것처럼 힘들고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난청 중에서도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것은 노인성 난청으로, 달팽이관 속의 유모세포와 청신경이 망가져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김성근 원장은 "노인성 난청은 노화, 유전, 젊은 시절에 과도한 소음 노출, 이독성 약물 복용, 흡연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노인성 난청은 보청기로 개선될 수 있지만, 난청 관리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고령자들이 많아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어 "난청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인지 능력이 계속 떨어져 우울증 및 치매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진단받고 청각 재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난청은 청력손실의 정도에 따라 보청기와 같은 보조기기를 사용하거나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청력을 회복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잘 들리지 않는 소리를 개선시켜 대화가 가능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개선된다.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주변에 난청이 있는 어르신, 혹은 노인성 난청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난청 진료를 받거나 보청기를 착용하도록 권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성근 원장은 "주위에서 자기 귀에 맞지 않는 보청기를 착용하고서 보청기가 윙윙거려 아무 소용없다는 말들에 현혹되어 시도도 하지 않고 포기하며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며 "본인 시력에 맞지 않는 안경을 쓰면 불편한 것처럼, 보청기 역시 이비인후과에서 검사를 받은 후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착용해야 효과가 높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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