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망을 유럽으로 분산시켜 아시아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유럽의 반도체 생산량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규제완화와 재정지원에 나서기로 하자 인텔 등 글로벌 주요 빅테크도 이에 화답하는 분위기다.
2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산업발전의 새로운 단계' 세션에 참여한 팻 갤싱어 인텔 CEO는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80%는 아시아, 20%는 미국과 유럽지역에 있다"며 "팬데믹으로 반도체 수요가 치솟고 공급망이 붕괴됐을때 우리는 이 산업을 완전히 아시아에 의존하도록 내버려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상황에서는 공급망이 분산돼 있을수록 더 유리하다"며 "기존의 공급망을 재조정하고 훨씬 더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며 "지난 50년간 수십년간의 지정학은 석유 매장량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정의됐지만, 앞으로는 칩(반도체) 제조가 이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급망 재조정에 관해 갤싱어 CEO는 "분명히 EU 칩 법안(유럽 반도체법)에 진전이 있었다"며 "유럽 공동체와 현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우리를 반기는 만큼 유럽에 100억 달러를 투자해 공급망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가 지난 2월 마련한 '유럽 반도체법'은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관련 기업에게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2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산업발전의 새로운 단계`에서 토론 중인 헤르베르 디에스 폭스바겐 CEO. [사진 제공 = 세계경제포럼]
함께 세션에 참여한 헤르베르 디에스 폭스바겐 CEO는 "지금까지 우리는 기본적으로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자동차를 다뤄왔다"며 "이제는 자동차를 위한 친환경 에너지와 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폭스바겐은 새로운 전기자동차 관련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도록 에너지 회사들과 민간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며 "여기에는 유럽연합(EU) 당국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같은날 열린 '메타버스를 활용한 포용적 미래의 모색' 세션에서는 아예 회사이름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꾼 '메타'의 크리스 콕스 최고제품 담당자(CPO)와 증강현실(AR) 장비를 개발하는 매직 리프의 페기 존슨 최고경영자(CEO) 등이 토론에 나섰다. 두바이에서 온 오마르 빈 술탄 알 올라마 UAE 인공지능부 장관과 '세컨드 라이프'서비스로 유명한 하이 피델리티의 공동창업자 필립 로즈데일도 참여했다.
로즈데일은 "저에게 메타버스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컴퓨터로 시뮬레이션된 장소에 대한 아이디어였다"며 "세컨드 라이프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함께 살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유된 장소를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는데, 이제 정말 그런 세상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콕스 CPO는 "메타버스에서는 상호 운용이 가능해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인터넷에서 하이퍼링크를 누르는 것처럼 직장 회의에 참석했다가 콜로세움을 방문해 교육적인 경험을 하는 식으로 전환이 가능해야 한다"고 전했다.
존슨 CEO은 "앞으로 저희가 3차원 미팅으로 어느정도의 출장은 대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며 "2차원 화면에서의 화상회의에서는 공감대 형성이 불가능하지만 3차원으로 연결된 미팅에서는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을때 감정을 느끼고,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전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올라마 장관은 "새로운 세상에서 정부가 주의를 기울여 관리해야 할 위험요소들도 있다"며 "예를 들어 메타버스에서 에어조단이나 원숭이 그림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지불했는데 물건을 받지 못한다면 정부 등이 질서를 강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더 극단적으로는 테러리즘 등도 관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가고 싶어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더 큰 규모의 사람들과 새로운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최소한의 기본 규칙을 만들고 공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콕스 CPO도 "아바타의 기준, 공간 이동의 기준, 사생활과 암호화·신고 버튼 등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산업으로서 그러한 경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안전한 메타버스 경험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성 기자 / 이승윤 기자 / 조예진 연구원 / 이지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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