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원자재 값 상승에 수입 증가 속도가 수출보다 빠르게 늘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1년전보다 16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2년 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2월 경상수지는 64억2000만 달러 흑자로 기록되며 지난해 5월부터 22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하면 흑자폭이 16억4000만 달러 축소됐다. 이처럼 흑자폭이 감소한 것은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값의 급증으로 수입 증가 속도가 수출 증가 속도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2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9.1%(86억2000만달러) 늘어난 538억7000만 달러인 반면, 수입은 25.9%(102억1000만 달러) 늘어난 496억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은 16개월 연속, 수입은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상품수지 흑자는 1년 전보다 15억9000만달러 적은 42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경상 흑자가 전년동월대비 축소된 것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수입 가격 상승으로 원유 등 에너지 수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상품수지 흑자폭이 축소된데 주로 기인한다"며 "2월 에너지류 수입은 148억9000만 달러로 1월보다는 줄었으나 전년동월대비로는 55.4%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고유가 지속과 무역적자에 따른 3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에 대해서는 그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국내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 가격은 3월부터 월평균 배럴당 100달러대를 지속하고 있으며, 3월 무역수지는 1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김 부장은 "경상수지는 무역수지만 보는 게 아니라 통관기준 수출입 차에 선박, 운임 및 보험료 가공 및 중개무역 등 조정을 거쳐 편제되고 있다"며 "상품수지 외에 서비스 및 본원소득 수지 흐름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3월 경상수지 향방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부분 살펴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자료를 살펴 보면 두바이유가 100달러를 넘었을 때가 2011년(배럴당 106달러), 2012년(배럴당 109달러), 2013년(배럴당 105달러) 였는데, 당시 경상수지는 2011년 166억달러 흑자, 2012년 488억달러 흑자, 2013년 772억6000만달러 흑자였다"고 덧붙였다.
2월 서비스수지는 운송수지 개선 등으로 전년동월(1억8000만달러)보다 3억9000만달러 증가한 5억7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운송수지는 19억달러로 전년동월대비 흑자폭이 11억7000만달러 확대됐으며, 2020년 7월(1000만달러) 이후 19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 해운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년 전보다 73.0%나 오르는 등 수출화물 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배당·이자 등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는 전년동월(22억9000만달러)보다 5억8000만달러 줄어든 17억1000만달러 흑자였다. 해외현지법인으로부터 배당소득(8억7000만 달러)이 1년 전(16억7000만 달러) 보다 줄어든 영향이다. 배당소득수지도 8억7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내 1년 전(16억7000만 달러) 보다 흑자폭이 8억 달러 축소됐다.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기업의 직접투자와 개인의 주식투자가 늘어나면서 8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76억5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7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직접투자는 69억달러 흑자를 보이며 전년동월(36억5000만달러)보다 흑자폭이 확대됐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67억8000만달러 늘면서 2020년 4월 이후 23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 중 주식은 개인을 중심으로 늘면서 60억5000만 달러 늘어나 2019년 9월 이후 30개월 연속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는 차익실현 등으로 감소(-14억2000만달러)로 전환했으나 꾸준한 채권투자(59억1000만달러)로 외국인의 증권투자는 44억9000만달러 늘었다. 작년 9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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