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일부 이용자들의 '선 넘는' 채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고거래보다는 이성에 대한 접근이나 성희롱 목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이 생겨나서다. 플랫폼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모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의견이다.
◆ 만남 요구, 성희롱 사례 늘어…이용자 불쾌감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당근 거래했는데 황당하다'는 제목이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21세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40대는 족히 돼 보이는 웬 아저씨한테 이렇게 문자와 고백을 받았다"며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A씨는 40대 남성 B씨와 중고거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거래 약 8시간 뒤인 오후 11시 52분 B씨가 A씨에게 다시 문자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B씨는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하다"며 "진지하게 연락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저도 이런 게 처음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앞뒤가 안 맞을 수 있다"며 "사적인 연락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A씨는 이에 대해 "나 21살인데 (거래자는) 40대는 족히 돼 보이는 아저씨였다"며 "역하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처럼 당근마켓을 이성 간의 만남을 위한 '데이팅 앱'으로 활용해 상대방이 원치 않는 만남을 요구하거나 성희롱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여성 의류를 판매하던 남성이 구매 희망자에게 신체 사이즈를 물어본 후 "실례지만 나중에 밥이나 술 한잔 어떠세요"라며 만남을 제안한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속옷을 판매하려는 이용자에게 "혹시 착용한 중고품이냐. 입고 팔아주면 돈을 더 주겠다"고 제안한 이도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한 남성이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일반인 여성의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단으로 공유하고 몸매를 품평했다. 이 남성은 한 여성이 몸에 붙는 티셔츠와 짧은 치마를 입은 사진을 게재하면서 "옷태가 참 좋다. 더군다나 같은 동네"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 당근마켓, 신고 유형 세분화…"신속히 대응할 것"
이러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당근마켓은 채팅방 내에서 성희롱 등 부적절한 메시지가 감지되면 주의 안내 및 경고 메시지가 자동으로 노출되게 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채팅창에 '연애 목적의 대화를 시도해요'라는 신고 유형을 추가했다. 중고거래뿐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인 '동네생활'을 이용할 때에도 같은 항목으로 신고가 가능하다.
신고 직후부터는 서로의 게시글이 보이지 않고 서로 채팅을 보낼 수 없게 된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온 즉시 해당 이용자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면서 "신고 내용에 따라 경고부터 서비스 이용 일시정지, 최대 영구 제재까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은 또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통해 ▲ 불쾌감, 성적 수치심 등을 주는 행위 ▲ 욕설, 괴롭힘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한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당근마켓 앱 내에서만 대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통화가 필요한 상황이 오더라도 개인 휴대폰 번호를 공유하기보다는 '당근전화'를 쓸 것을 권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플랫폼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악용 사례도 증가하고, 그 수법 또한 고도화할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당근마켓 누적 가입자 수는 2200만명을 돌파했으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700만명에 달한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피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면서 "필요 시 수사기관 신고 연계 등의 조치와 더불어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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