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첫 여성 사장은 언제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 두 기업은 창사 이래 지금까지 단 한명의 여성 사장을 배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 여성 임원 비율은 2020년 6.6%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여성 임원 비율은 6%에 머물며 더딘 상승세를 보였다. 2016년 6.3%, 2017년 6.8%, 2018년 6.3%, 2019년 6.5%, 2020년 6.6%다.
물론 10년 전인 2010년(1.4%)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늘었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세운 목표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10년 내 여성 임원 비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성 임원 비율이 적다는 것은 남성에 비해 사장으로 발탁될 확율이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성 임원 중에서도 회사나 사업부를 대표하는 사장급 임원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부사장, 상무급 인력풀이 뒷받침돼야 한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역시 생전 여성 임원 발굴을 강조해왔다. 이 회장은 2011년 8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계열사 여성임원 7명과의 오찬에서 "여성들은 유연하고 능력도 있다"며 "경쟁에서 질 이유도 없고 이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여성이 역량을 다 펼치기 위해서는 사장까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오찬에서 한 여성 임원은 "남편과 잘 지내다가도 종종 싸우곤 한다"며 "아무리 회사에서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을 해도 집에 가면 남편이나 자녀들은 이런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며 이 회장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2005년 구미 사업장을 방문한 이건희 삼성 회장.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이 회장의 여성 인력에 대한 이례적인 언급 이후 삼성 여성 임원들이 유리천장을 깨고 대거 승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고, 실제 그해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 최초로 여성 부사장(심수옥 전 부사장)이 탄생하기도 했다.이후 매년 인사철마다 삼성에서 전문경영인 출신 첫 여성 사장이 나올지에 관심이 쏠렸지만, 이 회장의 '여성 사장' 발언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첫 여성 사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의 사장급 이상 임원 40여명 중 오너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면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삼성 그룹 내에선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유일한 여성 사장이다. 그는 2010년 호텔신라 사장으로 승진한 뒤 현재까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둘째 딸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2013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승진한 뒤 제일기획, 삼성물산 사장 등을 거친 뒤 2018년 경영에서 물러나 지금은 재단을 이끌고 있다.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 [사진 출처 = 캠페인아시아퍼시픽]
오너가를 제외하면 삼성 그룹 내 여성 임원의 가장 높은 직급은 부사장이다. 2011년 이 회장과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던 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장 이영희 부사장(당시 전무)과 지난해 승진한 생활가전사업부 양혜순(54) 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삼성 첫 여성 사장 후보로는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두 번째 여성 부사장으로, 2012년 승진해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쟁사인 LG전자는 창사 이래 지금까지 여성 사장과 부사장이 등장한 적이 없다. 여성 최고 직급은 전무였다. LG전자는 2018년 임원인사에서 류혜정 전무를 첫 여성 전무로 승진시켰다.
LG그룹 내에선 첫 여성 부사장이 발굴된 바 있는데 2015년 LG생활건강의 이정애 부사장이었다. 그는 생활용품시장 지위를 강화한 성과를 인정받아 전무 3년차에 부사장으로 승진, LG그룹 최초 여성 부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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