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과 사모펀드 운영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매각 최종 결렬에 따른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다. 책임 공방을 떠나 남양유업 오너일가가 약속했던 경영 정상화 작업은 미뤄지게 됐다.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사태'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며 불매운동 재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남양유업 매각 최종결렬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1일 계약 상대방인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거래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고, 기본적인 신뢰 관계마저 무너뜨렸다"며 계약 해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분쟁이 해결되면 재매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오너일가는 지난 5월 지분 37만여주(약 53%)를 한앤코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이 매각 작업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하면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한앤코는 전날 "남양유업 회장 측이 이유없는 이행지연과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며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남양유업 매각의 향방은 법정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매각 가격을 비롯한 계약 조건을 두고 갈등을 겪었을 것으로 봤다. 특히 홍 전 회장이 두 아들의 직을 유지해달라고 요구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남양유업은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보직 해임된 장남 홍진석 상무를 지난 5월 복직시켰다. 같은날 차남 홍범석 상무는 임원으로 승진했다.
◆ 2013년 불매 재확산하나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의 모습 [매경 DB]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매각 결렬 소식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부터 외조카 황하나 마약 투약,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효능' 주장까지 약 8년간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홍 전 회장이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한것과 달리 두 아들이 경영에 복귀한 것을 두고, 경영 쇄신 의지가 있는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매각 결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떠나 남양유업이 약속한 경영 정상화 시기가 미뤄지게 된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자칫 피해가 임직원과 대리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떳떳하다면 한앤코의 '무리한 요구'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양이 남양했다' 등의 비난이 쏟아지며 불매운동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1964년 설립된 남양유업은 현재 국내 유업계 2위다. 그러나 대리점 갑질 사태와 경쟁사 댓글 비방 등으로 인한 불매운동 여파로 실적은 끝없이 추락했다. 지난해 남양유업 매출은 9360억원으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영업 손실액은 723억원에 달한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유제품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전문점 백미당과 남양유업이 제조한 자체브랜드(PB)까지 불매운동 리스트에 이름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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