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칼로리 음료는 정말 일반 탄산음료보다 건강에 덜 해로울까. 아무리 칼로리 높은 햄버거 세트를 먹더라도 '제로 칼로리' 콜라와 함께 라면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덜한 느낌을 받는다. 산뜻하고 청량한 식감은 그대로이면서 체중 증가에 대한 부담이 없어 제로 칼로리 음료를 찾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덩달아 유통업계에서도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유명 식음료 회사는 물론 중소기업들도 너도나도 제로 칼로리 음료를 내놓는 추세다.
전은복 영양사(비만클리닉 지방흡입 특화 의료기관 글로벌365mc대전병원)는 "실제로 이들 음료는 제조 과정에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아스파탐이나 사카린 같은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낸다. 이들 감미료는 아주 적은 양만으로도 설탕보다 수백 배에서 수천 배 더 강한 단맛을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공감미료 중 아세설팜칼륨은 설탕보다 당도가 약 200배 높은 감미료로 다이어트 콜라나 에너지드링크 등에 첨가된다. 아스파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공감미료 중 하나로 설탕보다 200배가량 달고 요구르트나 저당 젤리에 첨가될 때가 많다.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600배 단맛이 강한 감미료로 용해성과 안정성이 좋아 과자, 추잉껌, 잼류 같은 식품류에 많이 들어간다. 네오테임은 설탕보다 당도가 무려 7000배나 높으며 빵류, 비알코올 음료, 껌 등에 첨가된다. 물론 인공감미료라고 해서 칼로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식품성분표시 규정상 음료는 열량이 100㎖ 당 5kcal 미만일 경우 0kcal로 표기할 수 있어 '제로 칼로리'로 표기가 가능하다.
전은복 영양사는 "제로칼로리 음료는 기존 탄산음료보다 열량 자체가 적다보니, 체중과 혈당 관리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 예컨대 평소 350g의 일반 탄산음료 두 캔을 마시던 사람이 이를 제로 칼로리로 대체하면 열량 섭취를 300kcal 가까이 줄일 수 있고, 한달 이상 지속시 체중을 1~2kg 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제로 칼로리 음료가 탄산음료보다 몸에 덜 해롭다고 해서 물처럼 많이 마시는 것은 금물이다. 전 영양사는 "제로콜라, 탄산음료가 실질적인 칼로리에 반영되는 당 함량은 적지만 '단맛'이 식욕을 자극해 다른 음식의 섭취량을 늘릴 수 있다"며 "무엇이든 적당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감미료가 당뇨병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어떤 이들은 당뇨병 환자가 인공감미료가 든 제로 칼로리 음료를 마시면 칼로리 섭취량과 혈당이 적게 올라 탄산음료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최근 유럽 당뇨병 학회에선 인공감미료가 포도당을 흡수시켜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또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의 마르타 야니나 페피노(Marta Yanina Pepino) 영양학 교수의 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 중 수크랄로스가 당뇨병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감미료가 장내 미생물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공감미료를 섭취한 군은 유익한 장내 세균의 개체 수가 현저하게 감소한 반면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병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감염균의 수는 증가했다.
전은복 영양사는 "탄산음료보다는 제로 칼로리 음료를, 제로 칼로리 음료보다는 가급적 물을 마시는 게 건강과 체중 관리에 더 도움이 된다"며 "느끼한 음식을 먹어 청량함을 느끼고 싶다면 단맛이 나는 탄산음료보다는 차라리 탄산수가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 탄산수도 과도하게 많이 마시면 체내에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유입돼 몸의 균형이 깨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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