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씨(가명·40)는 10대에 제1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아 30년 가까이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씨 주변인 중 부모님과 아내 외에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김 씨는 당뇨병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우려해 심지어 결혼할 때 처가에조차 1형 당뇨 환자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직장 동료들 역시 당연히 김씨의 병력을 모르고 있다.
김씨는 "주위에 당뇨병이란 사실을 말하면 주사를 맞지 말고 식습관을 먼저 바꾸라는 등 잘못된 조언이 돌아온다"며 "굳이 처갓집의 편견에 시달리거나 직장에서 차별을 받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흔히 '소아당뇨'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이 잘못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소아당뇨는 어렸을 때만 걸리는 병 아니냐", "당뇨병은 주사를 맞기 보다 생활습관을 먼저 고쳐야 한다"등이 대표적인 1형 당뇨에 대한 오해들이다. 이같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직장에도 제대로 병명을 알리지 못하고 숨어서 힘들게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많아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제1형 당뇨병은 전령대에 걸쳐 발병할 수 있으며 잘못된 자가면역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으로 생활습관과는 무관한 질병이다.
혈당 수치의 오르내림이 급격하고 저혈당으로 인한 실신과 사망 위험 등에도 노출되어 있지만 사회적 편견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뇨병은 크게 유형에 따라 제1형 당뇨병(이하 1형 당뇨)과 제2형 당뇨병(2형 당뇨)으로 구분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당뇨병은 정확하게는 2형 당뇨다. 2형 당뇨는 우리 몸이 긴 시간에 걸쳐 단 것을 선호하는 잘못된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발병하게 된다.
반면 1형 당뇨는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처럼 갑자기 발병하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선천적인 잘못된 자가면역반응으로 인해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 세포'가 파괴되면서 인슐린 결핍 현상이 일어나 혈당을 조절할 수 없게 된다. 먹는 약으로 치료할 수도 있는 2형 당뇨와 달리, 1형 당뇨 환자들은 인슐린을 몸 속에 직접 주입하여야만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
1형 당뇨는 흔히 '소아 당뇨'라고도 불린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과거에 주로 20대 이하의 어린 나이대에 진단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아 당뇨'라는 표현이 오히려 1형 당뇨 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형 당뇨는 성인이 된 후 발병하는 경우도 있고,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했어도 잠깐 앓고 지나가는 질환이 아닌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기준 1형 당뇨 환자 48240명 중 30세 미만 환자는 8500명 가량으로 전체의 17% 수준에 불과하다. 한경아 노원을지대병원 당뇨병센터 교수는 "제1형 당뇨병은 특정 연령대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다"며 "최근에는 소아 비만의 증가 등으로 인해 20세 미만의 어린 나이에서도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소아 당뇨'를 제1형 당뇨병과 동일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형 당뇨는 혈당 수치만 잘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주기적인 자가혈당측정을 통해 혈당 수치를 확인하고 하루 1회에서 3회 이상 인슐린 주사를 투여하면 된다. 하지만 당뇨에 대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김씨처럼 직장에 병명을 숨기고 화장실 등에 몰래 숨어서 주사를 맞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최근에는 혈당 측정과 인슐린 주사가 동시에 가능한 의료기기인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가 상용화되고 있다. 사용자가 매번 채혈하는 대신 몸에 센서를 부착하여 자동으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수시로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을 주사하기 어려운 학생 및 직장인이 사용하면 혈당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아직도 1형 당뇨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 환자들이 주변의 편견과 오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의료계와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1형 당뇨의 국민적인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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