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국내 1위 복지 플랫폼인 '이지웰'을 전격 인수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악화일로인 현대그린푸드를 인수주체로 내세웠다.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현대그린푸드의 신성장 동력으로 '복지'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이사회를 열어 이지웰 지분 28.3%(약 671만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인수 가격은 1250억원이며 주당 가치를 1만8626원으로 평가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기업가치를 약 4400억원으로 추산한 것이다. 현대그린푸드 측은 "신사업 진출 차원에서 지분을 사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3년 설립된 이지웰은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선택적 복지제도'를 위탁 운영하는 플랫폼 전문기업이다. 국내 선택적 복지제도 시장 1위 업체로, 올 상반기 기준 시장 점유율은 약 50%다. 1700여 개 고객사가 보유한 9,800억원 규모의 복지포인트를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매출액은 약 2배 가량 불어났으며, 연초 이후부턴 비대면(언택트) 문화의 수혜를 받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매출액은 465억원, 영업이익은 87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8%, 영업이익은 43% 가량 늘어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복지 확대'라는 사회적 기조에 따라 국내 복지 예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인수 주체인 현대그린푸드의 기업 네트워크와 영업력을 활용할 경우 향후 사업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여행 관련 무형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현대그린푸드의 100% 자회사 현대드림투어와도 협업도 가능해 이지웰의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
현대그린푸드는 코로나19 여파로 단체 급식 사업과 식자재 유통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2% 줄어든 233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자회사인 현대드림투어도 여행업계 침체로 매출 부진을 겪으면서 실적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신사업 진출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지웰의 최대 주주는 지난 9월부터 지분 매각 작업을 진행해 왔다. 매각 주관사 삼일PwC는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는 매수자를 찾고자 입찰 과정에서 전략적투자자(SI)들의 참여만 권고했다. 현대백화점그룹(현대그린푸드), 녹십자그룹 등 유력 기업만 이름을 올린 것은 이 때문이다. 녹십자그룹은 시냅틱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매각 이슈가 해소되며 이지웰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종가는 전일 대비 약 13.7% 떨어진 1만1650원이었다.
[김효혜 기자 /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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