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정부 전체 예산의 4분의 3에 가까운 333조원의 나랏돈이 풀린다. 상반기 예산 배정율로 역대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조치로 사회간접자본(SOC), 산업·중소기업 지원, 연구개발(R&D)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된다.
정부는 8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내년 예산 배정계획을 확정했다. 예산 배정은 각 부처에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으로 부여하는 것으로, 배정이 이뤄져야 예산집행이 가능하다.
이날 확정된 '2021년도 예산배정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 총지출은 558조억원이고 이 가운데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기금을 제외한 세출 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은 459조1000억원이다. 정부는 이 중 333조원을 상반기에 배정했다. 전세 세출 대비 상반기 배정률은 72.4%로 올해(71.4%)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유럽 재정 위기 여파로 경기 침체가 심했던 2013년 상반기(71.6%)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치다.
문재인 정부들어 경기침체가 계속된 후 정부는 매년 상반기 예산 배정을 늘려오고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68.0%를 보였으나, 지난해 70.4%로 처음 70%선을 넘었고, 올해 71%대에 이어 내년엔 72%대로 높아지게 됐다.
상반기에 배정 예산을 금액으로 보면 최근 5년 사이에 10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상반기 배정 예산은 2016년 224조9000억원에서 2017년 230조9000억원, 2018년 250조8000억원, 지난해 281조4000억원으로 매년 예산 증가와 함께 큰폭으로 늘어왔다. 올해는 305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대에 올라섰으며, 내년에는 333조1000억원으로 다시 한단계 더 늘어나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회복 지원과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산업, SOC, R&D 분야 등을 중점적으로 조기배정했다"며 "자금 배정 절차를 거쳐 연초부터 조기 집행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에 연구개발(R&D)과 사회간접자본(SOC)에 54조원을 풀기로 했다. 두 예산의 상반기 배정률은 80%에 육박한다.
일각에선 코로나 확산세를 조기에 잡지 못할 경우 재정 조기집행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자칫 코로나 확산으로 경기침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예산만 소진하고 하반기 재정여력만 감소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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