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기버스 무선충전 기술이 규제 샌드박스 패스트트랙을 통과해 사업화 기회를 얻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ICT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대한상의에서 신청을 받은 ICT 규제 샌드박스 과제 4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전기버스 무선충전 기술은 국내 스타트업인 와이파워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지난 2010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50대 발명품'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이 기술은 충전장치(수신기)를 부착한 전기버스가 도로 위에 정차하거나 달리면, 도로 밑에 매설된 충전기(송신기)가 무선주파수(85㎑)를 활용해 무선으로 실시간 충전을 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국내 전파법상 85㎑ 주파수 대역이 전기버스 무선충전용으로 분배되지 않았고, 주파수 분배가 전제된 방송통신기자재 등의 적합성평가도 어려웠다. 또한 전기버스에 무선충전장치 장착을 위한 튜닝 승인 요건이나 무선충전기의 도로 매설 기준, 안전확인대상제품 여부 등 총 7개 규제에 막혀 사업화 착수가 힘들었다고 상의 관계자는 설명했다.
심의위는 친환경 자동차 시대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미래 신기술의 산업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이 기술에 2년간의 실증 특례를 부여했다. 와이파워원은 대전시 대덕연구개발특구 순환 전기버스 노선에서 전기버스 최대 7대를 대상으로 시장성과 안전성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로봇도 심의를 통과했다. 배달의민족 앱으로 주문 시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스스로 위치·경로·물체 등을 인식하며 가게에서 음식 등을 수령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앞까지 배달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실외 도로를 주행하는 배달로봇이 샌드박스를 통과한 적은 있지만, 실내까지 주행하는 로봇은 없었다. 자율주행 로봇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가 아닌 '차'에 해당햐 보도나 횡단보도 등에서 통행이 제한되고, 공원녹지법상 30kg이상 로봇은 공원 출입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심의위는 자율주행 로봇 기술 고도화와 시장활성화를 위해 주행 안전성 확보, 개인정보 보호 조치 및 승강기 안전검사 특례 인정을 전제로 시장 테스트를 허용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경기 수원 광교 호수공원 일대와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2년간의 실증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LBS Tech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경로 안내 서비스도 '실증특례'를 받았다. 시각장애인이 소지한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를 활용해 사용자 주변의 상업·공공·편의시설 등을 음성으로 안내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시각장애인의 이동에 따라 수집되는 스마트폰 센서(GPS, 가속도 센서) 정보를 바탕으로 계단과 장애물 등을 감지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매장 내 결제기와 연동해 비대면 주문도 가능하다.
심의위는 시각장애인의 권리 향상을 위해 보안대책계획서 제출 등을 전제로 공공청사 및 공공기관, 상가 등의 건축물 평면도를 열람·발급 받을 수 있도록 했다. LBS Tech는 성남시 중원구 일대에서 안전성과 시장성을 우선 테스트한 후 실증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주류 전문 판매점의 무알콜 주류 판매(신세계 L&B)도 '임시허가'를 받았다. 앱으로 무알콜 주류를 사전주문한 뒤 주류 전문 매장 내에서 대면 수령하는 서비스다. 현행법상 주류 전문판매점은 와인잔 등 주류 관련 용품은 판매할 수 있었지만, 무알콜 주류 판매 여부는 불분명했다.
과기정통부 샌드박스 심의위는 상의 과제 4건 외에도 모바일 연동 개방형 노래부스 등 2건에 '실증특례'를, 모바일 신용정보 연계 서비스 1건에 '임시허가'를 부여했다.
국내 첫 민간 샌드박스 기구인 대한상의 샌드박스지원센터는 ICT융합·산업융합·금융혁신 샌드박스 등 산업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5월 출범 이후 30건의 혁신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출시를 지원했으며, 혁신사업에 관한 규제 여부를 30일 이내에 확인하는 '신속확인'을 통해 26건을 처리했다. 기업들은 대한상의 샌드박스에서 무료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앞으로도 새로운 일을 벌이려는 스타트업들이 법과 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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