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다. 배달 서비스와 메뉴, 접근성 등 자사가 미흡한 점을 메울 수 있다면 경쟁사와 손을 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자체 개발비를 줄이면서도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는 CJ제일제당 가정간편식 '비비고'를 자사몰 하이프레시에 입점시켜 판매 중이다. 대표 메뉴는 비비고 국물요리와 생선구이 간편식이다. 하이프레시에서 주문을 하면 야쿠르트의 프레시매니저가 카트에 담아 무료로 배송까지 해준다.
한국야쿠르트는 자체 간편식 브랜드 '잇츠온'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비고와 손을 잡은 이유는 간편식 1위 브랜드를 입점시켜 자사몰을 확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전국 1만1000여명에 달하는 프레시매니저 판매 조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비비고 제품 판매를 시작으로 향후 메뉴 공동개발을 통해 양사간 윈윈 시너지를 이끄는 B2B사업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 온라인몰 하이프레시에서 판매 중인 CJ제일제당 비비고. [사진 출처 = 한국야쿠르트]
이마트24는 오피스디포와 손을 잡고 협업 매장 '셀프 오피스디포 여의도점'을 개점했다. 지금까지 편의점에 사무용품을 입점시키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편의점이 사무용품점에 들어간 숍인숍 방식이다. 오피스디포 매장 한 켠에 위치한 편의점에서는 문구와 디지털용품 등을 제외한 프레시푸드과 음료, 스낵, 담배 등을 판매한다. 셀프 계산대도 마련했다.이마트24는 사무용품점이 20~30대 직장인 고객이 자주 방문하는 오피스 상권 대표 업종이라는 점에 주목해 협업을 제안했다. 앞서 이마트24는 올해 초 매장 내 스무디킹을 입점시킨 '2in 1' 가맹모델을 론칭한 바 있다. 스무디킹x이마트24 매장 수는 이달 140개를 넘어섰다.
GS리테일은 CJ ENM과 새 유통모델 개발에 나섰다. 양사는 디지털 콘텐츠 보유·지식재산권(IP) 활용 업무협약을 맺고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한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CJ ENM은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차별화 상품을 개발하고, GS리테일은 전국 1만5000개 편의점과 수퍼마켓 등 오프라인 점포에서 이를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이커머스에서도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말 론칭한 네이버 장보기에는 홈플러스와 현대백화점 식품관, GS프레시 등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대거 입점했다. 네이버 장보기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이 해당 유통업체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별도 온라인몰에 접속하거나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홈플러스와 현대백화점, GS프레시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체 온라인몰보다 네이버에서 판매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될수록 합종연횡 바람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비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1석2조"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