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산 간편식(HMR)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등어와 꽁치구이 등도 냄새와 연기 불편함 없이 전자레인지 조리만으로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밥족이 증가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참치캔과 김, 어묵 등을 포함한 국내 수산 가공시장 규모는 1조9000억원이다. 이중 수산 HMR이 차지하는 비중은 1.5%(3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장세는 가장 가파르다. 지난해 기준 수산 HMR 시장 규모는 340억원으로 2016년(220억원)대비 2년새 54%나 증가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30%로 올해 44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수산물 섭취량은 세계 주요국 중 최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3~2015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수산물 섭취량은 58.4㎏로, 주요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4.7㎏)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기존 생선구이 등 수산가공식품류는 'RTC(Ready To Cook)'로 분류됐다. 닭강정과 불고기 간편식처럼 장시간 가열이나 간단한 조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 조리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수산 HMR이 등장하면서 즉석 짜장과 카레 등과 같이 단순 가열을 통해 섭취가 가능한 'RTH(Ready To Heat)'로 카테고리가 변화하고 있다.
수산물 가정간편식(HMR). [사진 출처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오뚜기는 지난해 5월 '렌지에 돌려 먹는 생선구이' 3종을 출시하고 수산 HMR 시장 개척에 나섰다. 냉동 상태로 포장된 고등어와 꽁치, 삼치를 전자레인지에 2분만 돌리면 완성된다. 강황과 녹차 등 추출물로 생선 비린내를 잡은 것도 강점이다. 이어 대상과 신세계푸드도 각각 '청정원 유자 고등어구이'와 '올반 간편구이생선'을 출시하면서 수산 HMR 시장에 뛰어들었다.국내 간편식 시장 1위 CJ제일제당도 가세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8월 '비비고 생선구이'를 론칭하고 고등어구이와 삼치구이, 가자미구이를 선보였다. 기존 제품과 달리 냉장보관이 가능하고, 전자레인지 기준 1분으로 조리 시간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비비고 생선구이는 출시 1년 만에 연 매출 100억 규모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4월 매출은 2월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온라인 매출 비중은 전체 의 절반을 차지했고, 편의점 경로 매출은 전월대비 5배 가량 늘었다. CJ제일제당은 이달 비비고 임연수구이와 꽁치구이를 출시하는 등 생선구이 라인업을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최대 수산기업 동원산업도 이달 수산 HMR 브랜드 '수산명가'를 론칭했다. 수산명가 첫 제품은 훈제연어 스테이크과 생연어회, 가시없는 생선구이 2종(고등어·참치) 등이다. 약 50년의 동원산업 염장 노하우를 통해 프리미엄 수산 HMR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별도의 손질 과정과 냄새, 연기 불편함 없이 수산물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간편함과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편리미엄' 트렌드에 수산 HMR 시장 전망은 밝다"며 "국과 탕, 찌개 등 포화 상태인 HMR 시장에서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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