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정부와 여당이 6월에 이어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또 다시 큰 폭으로 늘려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 7월에는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7월 가계대출잔액은 937조원으로 전월보다 7조6000억원 늘었다.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폭 증가이며, 6월(8조2000억원)에 이어 또 다시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월간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7월 가계대출은 7조6000억원 늘어 전월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된 원인은 부동산 자금 대출이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대출 종류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모두 큰 폭으로 늘었는데 기타대출 증가도 부동산 매매를 위한 자금의 성격이 짙었다. 7월 주택담보대출은 4조원, 기타대출은 3조7000억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주담대 증가세는 소폭 완화됐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주택자금 수요로 인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라며 "최근 수도권 분양 물량이 늘었고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세자금을 목적으로 한 자금대출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기타대출에는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이 포함된다.주택담보대출은 7월 들어 4조원 늘었는데, 2월 역대 최대폭인 7조8000억원 증가에 비해 증가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계속하고 있다. 주담대는 4월 4조9000억원, 5월 3조9000억원, 6월 5조1000억원 늘었다.
기타대출은 6월 SK바이오팜 공모를 위해 3조1000억원으로 큰 폭 늘어난 뒤, 7월에는 주택자금 수요가 반영된 영향으로 3조7000억원 늘어 증가폭이 더 확대됐다. 은행권 기타대출에는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7월 10일 문재인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다주택자 세금 강화 등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 부담을 늘려 시장에 공급이 늘고,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기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주택 보유자들의 세부담이 늘면 그만큼 주택가격이 오르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주택 매매를 위한 자금 대출을 더 늘린 것이다.
한은은 8월에도 주택 매매를 위한 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6월 이후 주택 매매가 늘었기 때문에 대출 증가세가 8월에도 꺾일 거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6·17 대책 이전 아파트거래가 활발했던 영향으로 8월까지 자금수요 증가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자금 수요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대출이 다시 큰 폭으로 늘었다. 7월 기업대출은 8조4000억원 늘었는데, 이 중 중소기업 대출만 6조4000억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6월은 기업들이 재무 관리를 위해 대출을 상환해 증가폭이 둔화됐지만 이후 7월들어 자금수요가 다시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코로나19 여파로 4월 16조6000억원, 5월 13조3000억원 증가 이후 6월에는 4조9000억원으로 다소 증가세가 완화됐지만 7월 들어 증가폭이 다시 커졌다.
한편, 저금리 여파로 은행 수신은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크게 늘었다. 은행 수신은 6월 18조6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가 7월 들어 17조3000억원 줄었다.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6월 15조8000억원 크게 줄었다가 7월 들어 16조6000억원 크게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가가치세 납부를 위해 기업들이 예금을 인출한 영향이 컸으며, 자산운용사 수신도 재무관리가 6월 끝나자 7월들어 다시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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