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허용하는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벤처캐피탈(CVC) 보유 조건으로 '지분 100% 소유'를 내건다. 지주사가 직접 출자로 CVC의 지분을 100% 갖도록 해 보다 책임있는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28일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정부는 30일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CVC 허용방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CVC를 악용해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하거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CVC가 투자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쟁점이었던 투자금의 외부 조달 허용 문제는 결론이 나오지 않은 채 막판 조율이 진행 중이다. 현재로선 벤처·스타트업 투자 활성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에서 외부자금을 지렛대 삼아 투자규모를 마구잡이로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한 조건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CVC 허용 조항을 담을 소관 법률은 공정거래법으로 결론이 났다.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중소기업벤처부가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수 차례 협의한 끝에 공정거래법 상에 금산분리 원칙의 예외규정을 두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금산분리는 일반 기업이 금융회사를 사금고처럼 사용하지 못하도록 보유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는 금산분리의 원칙을 훼손하는 측면이 있어 충분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CVC 허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국회 업무보고를 하면서 "대기업 자본이 벤처업계에 흘러가도록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안전장치를 만들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과거 일반 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금지한 이유는 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소유하면 타인 자본을 통해 과대하게 지배력이 확대되고 총수일가에 의한 사익편취 문제가 생길수 있기 때문이었다"며 "금산분리 원칙 훼손, 타인자본을 통한 대기업 지배력 강화, 총수일가 사익편취 우려 등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무위는 21대 국회 들어 처음 열린 전체회의에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허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56건의 법안을 상정하고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했다.
CVC는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벤처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구글 등의 IT 공룡기업들이 CVC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국내에선 기업 총수의 지배력 강화, 경영 승계 등에 악용될 우려 때문에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6월초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 제한적 허용 방침을 밝히면서 도입이 가시화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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