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로봇이다! 움직인다!"
경기도 광교 앨리웨이. 상가 골목에 나타난 로봇 한 대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조차 상가와 아파트 단지를 유유히 누비는 로봇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쟤가 배달을 해준대"하고 수군거리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렸다.
주위의 시선 따위 아랑곳 않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로봇. 그 뒤를 줄줄이 따라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동화 피리부는 사나이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요즘 광교 앨리웨이의 새로운 '명물'로 부상한 배달 로봇 '딜리'의 이야기다.
경기도 소재 광교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 안을 유유히 누비는 배달의 민족의 배달 로봇 '딜리'의 모습. 배달의 민족은 오는 8월 3일부터 국내 최초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로봇이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한다. <사진=김효혜 기자>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내달 3일부터 아파트 단지 내 배달 로봇인 '딜리'의 시범운영을 시작한다. 장소는 광교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와 그에 연결된 쇼핑센터인 광교 앨리웨이 상가들로, 아이파크 주민들은 앨리웨이 식당의 음식들을 딜리를 통해 배달받을 수 있다. 본격 '로봇 배달' 시대의 막이 오른 것.경기도 소재 광교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 안을 유유히 누비는 배달 로봇 '딜리'의 모습. 배달의 민족은 오는 8월 3일부터 국내 최초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로봇이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한다. <사진=김효혜 기자>
로봇이 자율주행으로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국내에선 최초로 시도되는 일이다. 배달의 민족 측에서는 "어쩌면 세계 최초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실내만' 다니는 로봇과 '실외만' 다니며 배달 및 서빙을 하는 로봇들은 있지만, 이걸 동시에 해내는 로봇은 처음이라는 얘기다.배달의 민족이 배달 서비스에 '로봇' 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건국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최초로 실외전용 배달 로봇인 '딜리드라이브'의 시범운영을 실시한 적 있다.
경기도 광교에 위치한 앨리웨이 상가 골목을 다니는 배달 로봇 '딜리'의 모습. 배달의 민족은 오는 8월 3일부터 국내 최초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로봇이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한다. <사진=김효혜 기자>
광교 앨리웨이의 '딜리'는 건국대를 누볐던 '딜리드라이브'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모양도 성능도 조금씩 개선됐다. 6개의 바퀴로 주행하는 딜리는 센서로 장애물을 감지한다. 이동 속도는 시속 4~5km로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 번 충전하면 8시간 이상 주행할 수 있고 라이트가 장착돼 있어 야간 주행도 가능하다. 한 번에 음료 12잔 또는 샌드위치 6개를 배달할 수 있다.지난 16일 광교 앨리웨이를 찾은 기자는 테스트 중인 딜리에게 시험 삼아 주문을 넣어봤다. 주문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배달의 민족 앱을 켜고 아파트 동 입구와 앨리웨이 곳곳에 붙어있는 '큐알코드'를 찍은 뒤 배달 목록에 뜬 음식들을 주문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기존의 배달의 민족 앱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해낼 수 있다.
큐알코드는 아이파크 각 동 입구에 설치되는 딜리 정류장과 앨리웨이의 정류장, 그리고 앨리웨이 광장 테이블 위 등 여기저기에 붙는다. 광장 테이블의 경우 앉아서 휴식을 취하다가 반대편에 위치한 상가의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직접 사러갈 필요 없이 딜리를 부르면 된다.
경기도 광교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를 유유히 누비는 배달 로봇 '딜리'의 모습. 배달의 민족은 오는 8월 3일부터 국내 최초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로봇이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한다. <사진=김효혜 기자>
기자는 아파트 동 입구에서 상가 내에 있는 '에그드랍' 매장의 샌드위치를 주문해 봤다. 주문 즉시 2개의 정류장에서 대기하던 5대의 딜리 중 한 대가 곧바로 매장으로 출발하고 매장 앞 정해진 위치에서 기다리다 음식을 받으면 아파트 동 입구까지 최적의 경로로 찾아온다. 현행법상 인도와 차도를 지날 수 없는 로봇인 딜리는 앨리웨이 사유지인 골목의 사잇길을 다닌다. 횡단보도 앞에서는 잠시 멈추고 관제실의 통제를 받아 건넌다.주문자는 알림톡 링크를 통해 딜리가 오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딜리가 도착하면 "띵동! 딜리가 도착했어요!" 하고 도착 알림이 온다. 주문부터 수령까지 딱 15분이 걸렸다. 주문자가 앱의 버튼을 눌러야만 음식을 꺼낼 수 있다. 저 멀리서 샌드위치를 싣고 올라오는 딜리를 보는 순간 기자의 입에서는 "세상 참 좋아졌다"는 감탄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로봇에게 음식배달을 받는 시대가 오다니!
최소 주문금액과 배달비가 없어 김밥 한 줄, 커피 한 잔도 부담없이 배달시킬 수 있다. 집에서 아파트 단지의 상가까지도 내려가기 귀찮을 때, 그렇다고 먼 곳에 위치한 상가에 주문하자니 배달팁이 아까울 때, 배달의 민족은 "그럴 때 딜리가 제격"이라고 추천한다. 라이더들이 꺼리는 '근거리 배달'을 딜리가 해결해주는 셈이니 라이더들과 경쟁관계도 아니다. 앨리웨이 상가 주인들은 딜리가 단지 내 상권을 살리는 데 일등공신이 돼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안전'이다. 특히 아이들, 애완동물들과의 충돌 사고 등을 피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장애물이 많거나 좁은 길목에선 딜리의 이동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고 위험 구간에선 우선 멈춘 뒤 움직인다. 이주홍 우아한형제들 로봇서비스팀 팀장은 "로봇 1대에 직원 1명이 1대 1로 매칭 돼 실시간으로 경로를 보며 대응하고 있다"며 "자동차처럼 대물대인 1억원의 보험도 들어 사고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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