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속화하고 있고 오히려 워스트(Worst)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3주 전 있었던 물가설명회에서는 성장률 전망을 전제했던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불과 3주 전이긴 하더라도 (현재는) 중요한 상황 변화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지난 5월 한국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 0.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정부는 0.1%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이 총재는 "우선 수출이 예상한 것보다 감소폭이 컷다"며 "수출이 예상보다 실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2분기 성장률에 안 좋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 성장률을 가늠할 수 있는 실적 등 경제 지표를 짚어 봤을때 지난번 봤던 것보다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3차 추경 효과와 관련해서는 "0.1~0.2%포인트 정도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세가 6월에 진정되고 하반기 수그러드는 것을 전제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이 본 것도 이런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워스트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재는 "결국은 세계경제 뿐만 아니라 우리경제도 코로나19 전개상황에 달려 있다"며 "워스트 시나리오까지는 가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감소'를 성장률 하향 배경으로 꼽았다. 실제 경제성장 동력인 수출은 우려가 큰 상황이다. 6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해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출(전년동월대비)은 4월 -25.5%, 5월 -23.7%, 6월 -10.9%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50%로 동결한 배경에 '최근 부동산 과열 현상이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번 동결 결정이 주택시장을 반영해 결정한 것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성장과 물가 흐름을 감안할 때 현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오름세가 확대됨에 따라 한은도 정부 정책과 금융안정의 효과를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며 "다주택자 투기 수요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주택가격 추가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풍부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쏠리지 말고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생산적인 투자처'를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도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고 이 총재는 말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을 지원하는 특수목적기구(SPV) 설립이 이번주 예정된 가운데 이날 금통위에서는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이 총재는 밝혔다. 그는 "내일 임시 금통위를 개최해 회사채 매입 관련 대출한도와 조건 등을 의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전원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50%로 유지해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며 처음으로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이어 5월에도 금리를 추가(0.25%포인트)로 인하했다.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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