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플라스틱 중 특히 분해가 어려운 폴리스타이렌을 먹어치우는 곤충이 발견됐다.
15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는 딱정벌레목의 곤충인 '산맴돌이거저리'의 유충이 분해가 매우 까다로운 플라스틱인 폴리스타이렌을 생분해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알아냈다고 밝혔다. 폴리스타이렌은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 중 약 6%를 차지하는데, 특이한 분자 구조로 인해 분해가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POSTECH 연구팀은 국내에 서식하는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이 폴리스타이렌을 먹어 질량을 줄이고 분자량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산맴돌이거저리의 유충에서 장내 균총을 분리해 폴리스타이렌을 산화시키고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장내 균총 중 '세라티아(serratia)' 균에 집중했다.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에게 폴리스타이렌을 2주간 먹였을 때 장내 균총 구성에서 세라티아 균의 비율은 6배로 늘어나 전체 균들의 33%를 차지했다. 다른 균들에 변화가 미미했음을 고려하면 세라티아가 폴리스타이렌 분해와 관련이 클 가능성이 높다.
이전까지 발견된 폴리스타이렌 분해 곤충은 배설물에서도 잔여 폴리스타이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속해서 분해가 가능한 박테리아를 이용해야만 폴리스타이렌을 완전히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의 '독특한 식성'은 지금까지 알려진 곤충뿐만 아니라 거저리과나 썩은 나무를 섭식하는 곤충들이 폴리스타이렌을 분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의 간단한 장내 균총 구성과 장내 균총 내에 폴리스타이렌 분해 균주를 이용해 이전과 다른 균총 기반 폴리스타이렌 분해 기술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
차형준 POSTECH 교수(오른쪽)가 연구진과 함께 스티로폼을 먹고 있는 거저리 유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 = POSTECH]
이번 연구를 주도한 차형준 POSTECH 화학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 산맴돌이거저리 유충과 장내 균총이 플라스틱을 완전 생분해 할 수 있는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며 "이 연구에서처럼 분리, 동정한 플라스틱 분해 박테리아를 이용하면 완전 분해가 어려웠던 폴리스타이렌을 생분해할 수 있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며 연구 의의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응용 및 환경미생물 분야의 전통적 권위지인 '응용·환경미생물학(Applied and Environmental Mircobiology)'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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