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에게 흔한 동맥관 개존증 치료 패러다임이 국내 의료진의 노력으로 바뀔지 관심이 모아진다.
수술과 약물에 의존해왔던 기존 치료와 달리 미숙아에 공급하는 수액을 제한하는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원순, 장윤실, 성세인, 안소윤 교수팀은 동맥관 개존증의 보존치료가 기존 치료에 비교해 열등하지 않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소아과학 학술지인
동맥관 개존증이란 자궁 내 태아의 혈액순환을 유지하기 위한 동맥관이란 혈관이 출생 후에도 닫히지 않고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심내막염이나 폐부종과 같은 합병증 발병 위험이 크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만큼, 진단시 수술 또는 중재적 시술을 거쳐 동맥관을 막거나 약물 치료를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숙아의 경우 이런 치료를 견디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치료에 따른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어 최근에는 자연폐쇄를 기다리는 보존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전향적 연구로 지난 2014년부터 2019년 사이 태어난 미숙아 142명을 무작위 이중맹검 방식으로 기존 치료 그룹과 보존치료 그룹으로 나눈 뒤 추적, 관찰했다.
기존 치료로 이부프로펜을 투여 받은 아기들은 70명, 나머지 아기 72명은 수액량을 조절하는 보존치료를 받았다.
보존치료는 미숙아의 체중과 나트륨 혈청 농도, 체내 전해질 균형, 소변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엄격히 수분 섭취량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분 섭취가 많으면 혈액순환도 늘어 아기 심장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기존 치료 그룹은 이부프로펜을 투여했다.
평균 재태기간 26주~27주 사이인 미숙아들이 겨우 1kg 남짓한 작은 몸으로 힘겹게 병과 싸운 결과, 두 그룹의 치료 결과는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 연구 참여 환아들의 퇴원시 기준으로 동맥관의 폐쇄 여부를 확인한 결과 기존 치료 그룹은 89%, 보존치료 그룹은 82%로 엇비슷했다.
미숙아에게 동맥관 개존증 치료의 또 다른 지표인 기관지폐이형성증이나 사망 사례를 분석했을 때도 기존 치료 그룹 50%, 보존치료 그룹 44%로 다소 나은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박원순 교수는 "보존치료가 기존 치료를 대체할 수 있음을 입증한 최초의 무작위 배정 이중 맹검 연구" 라며 "미숙아 동맥관 개존증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실 교수는 "동맥관 개존증은 미숙아에서 매우 흔하며 그 치료로 인한 후유증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보존적 치료의 효과 입증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세인 교수는 "정교한 수액 제한 치료와 인공호흡기 치료를 병행하여 동맥관의 자연폐쇄를 유도할 수 있게 된 점은 기존 치료의 부작용을 고려하였을 때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팀은 앞서 2016년 기존의 약물적, 수술적 치료를 하지 않고도 수액 제한 등의 보존치료만으로도 동맥관 개존증을 성공적으로 치료한 경험을 'Journal of Pediatrics'에 발표해 주목을 끈 바 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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