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이석주 AK홀딩스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파일에는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이스타항공 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왔던 만큼 공방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공개한 6분35초 분량의 녹취파일은 지난 3월 20일 양사 대표의 통화 내용이 녹음된 것이다.
녹취파일에서 최 대표는 "(이 대표도) 알다시피 셧다운(운항중단)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거다. 국내선 조금이라도 영업을 이어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이 대표는 "희망퇴직으로 가려면 지금 셧다운 하는 게 맞다. 나중에 관(官)으로 가더라도 이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가 "중요한 국내선 슬롯이 없어지면 인수합병(M&A) 실효성이 없어질까봐 우려된다"고 하자 이 대표는 "그건 저희(제주항공)가 각오하고 있다. 저희가 국토부에 달려가서 뚫겠다"고 답했다.
또한, 최 대표가 "(희망퇴직 이후) 남아있는 직원들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운영할 때 미지급된 급여를 줘야한다. 그래야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하자 이 대표가 "딜 클로징(종료)를 빨리 끝내자. 그러면 그건 저희가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 대표가 협력업체에 대한 미지급 항목도 얘기하자 이 대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에서 (협력사에) 협조해 달라고 편지를 보냈다"면서 "이제 제주항공이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으니 협조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녹취 내용은 그동안 체불임금 해소는 이스타항공 몫이라던 제주항공 입장과는 상반되는 부분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9일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뒤 같은 달 24일부터 국내선 운항도 종료해 사상 처음으로 셧다운 사태에 돌입했다. 항공기가 뜨지 않으면서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지난 2월 일부만 지급했던 임직원 급여를 3월부턴 아예 주지 못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 지시에 따라 셧다운을 한 만큼 제주항공도 4~6월 이스타항공 임금 미지급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공개한 회의록 일부 [사진 제공 =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날 지난 3월 9일자 회의록도 공개했다. 회의록에는 운항 승무직 90명, 객실 승무직 109명, 정비직 17명, 일반직 189명 등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담겨 있어, 제주항공이 이를 이스타항공에 전달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회의록에는 총 52억5000만원의 보상안 등도 담겨 있다.한편 이번 녹취파일 공개 건에 대해 최 대표 측은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 모르겠지만 유감"이라면서 "다만 통화 내용처럼 딜이 완료되면 이스타항공 미지급 임금을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양사가 녹취파일을 공개하는 등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최악의 경우 M&A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녹취록과 관련해 제주항공은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배윤경 기자 bykj@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