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불매운동 벌써 1년 ⑥ ◆
"세븐일레븐은 일본 기업이라 재난기본소득 사용이 안 되나 봐요?"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당연히 허무맹랑한 소리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사용처는 외국계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다만 연매출 10억원 이상인 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세븐일레븐 본사 점포임차 매장의 경우 명의가 본사이기 때문에 재난기본소득을 쓸 수 없어 벌어진 일이다. 그럼에도 왜 세븐일레븐에는 '일본 기업'이라는 화살이 돌아왔을까.
답은 '일본계'이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은 1927년 미국 댈러스에서 시작한 편의점 브랜드다. 일본과 한국 등으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도 1987년 미국 세븐일레븐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탄생했다.
그러나 1990년 일본 기업 이토요카도가 미국 세븐일레븐의 지분 70%를 인수하면서 상황이 역전된다. 이후 이토요카도는 일본의 최대 유통기업인 '세븐앤아이홀딩스'가 된다. 미국에서 시작된 브랜드지만, 지배구조상 일본기업이 최상위에 위치하면서 불매운동 대상이 된 셈이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가맹점주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당사는 미국 세븐일레븐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설을 일축한 바 있다. 코리아세븐의 최대주주(79.66%)는 롯데지주다. 일본 미니스톱이 지분 96.06%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미니스톱과는 상황이 다르다.
다이소와 쿠팡도 '일본계 기업'으로 낙인이 찍혔다.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의 2대 주주는 일본의 대창산업(34.21%)이다. 다이소는 1998년 서울 천호동에서 국내 회사로 출범했지만 2001년 일본 대창산업과 합작해 다이소아성산업이 됐다. 다이소 측은 "지분투자 이외에 일본 다이소에 지급하는 로열티도 없고 경영 참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쿠팡은 쿠팡엘엘씨(Coupang, LLC)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재일교포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의 쿠팡엘엘씨 지분이 30% 가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쿠팡은 KB금융과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각각 70%, 60%에 육박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렇다면 '일본계' 회사들은 불매운동 타격을 받았을까. 지난해 다이소 매출은 2조2362억원으로 전년(1조9785억원)대비 13% 증가해 '매출 2조' 시대를 열었다. 쿠팡은 지난해 전년대비 무려 64.2% 증가한 7조15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지난해 하반기 세븐일레븐 매출은 2조103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608억원)대비 오히려 7.2%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숫자만 봐도 세븐일레븐, 다이소, 쿠팡에 대한 소비자들의 적대심은 유니클로, 아사히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며 "글로벌 시대인 만큼 기업의 국적을 무 자르듯 나눌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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