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고 곧 출발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들려온 노래소리에 돌아보니 일부러 배웅을 하려고 걸음한 사람들이구나, 도화담 호수가 천자나 깊다하들 왕륜의 석별의 정만큼 깊을소냐." 당나라 때 시인 이백이 자신을 훌륭하게 대접해준 친구와 헤어지며 쓴 시다.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 모두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우정을 노래했다.
리간제(李干杰)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이 산둥성 성장으로 영전하면서 이 같은 시를 써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직접 보냈다. 편지 말미에는 "꼭 산둥성에 놀러오라"는 초대의 문구도 함께 써 있었다.
한국과 중국은 미세먼지 문제를 놓고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사이다. 한국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넘어오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서, 한국은 중국에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다그쳐야 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한국 미세먼지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우정이 싹튼 배경에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단어가 있었다. 한 번은 리간제 장관이 "미세먼지 문제로 주석과 총리 등에게 수차례 보고를 해야 해서 힘들다"고 말하자 그 옆에 있던 조명래 장관이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동병상련"이라고 화답했다. 동병상련은 중국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고사성어라 그 말은 듣고 리 장관이 무릎을 탁치며 "동병상련, 그 단어가 딱 맞는 말이다"라며 함께 웃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 못지 않게 중국 국민들 역시 미세먼지로 고생하는 만큼 중국의 문제 해결 의지가 적극적이다"라고 전했다.
리간제 장관이 새로 맡게 된 산둥성 성장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높은 자리다. 다만 리 장관의 승진이 우리나라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리 장관 후임으로 밑에 있던 차관이 장관으로 승진했는데 크게 접점이 없던 인물이다. 조 장관과 절친한 리 장관이 있을 때도 중국과 미세먼지 문제에 있어서는 공조가 쉽지 않았는데 중국의 새 생태환경부 장관과 한중 미세먼지 공조가 잘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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