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대신 내년도 할인을 포기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면세 사업자들은 결국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대·중견기업 면세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 신청서를 접수했다. 앞서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대·중견기업의 공항 임대료를 오는 8월까지 6개월간 20% 감면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롯데와 신라, 신세계 빅3 중 인천공사에 신청서를 제출한 면세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면세 사업자들은 현재 인천공사에 신청서 제출 기한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문제는 단서조항에서 발생했다. 인천공사는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대신 다음 계약 회차년도 초기 6개월간 '여객수 연동 최소보장금 제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제도는 직전연도 여객수 증감률에 따라 ±9% 한도 내에서 월 임대료를 결정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 도입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에서는 신세계면세점이, 제2여객터미널(T2)에서는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모든 면세점이 이 조항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여객이 늘어나면 임대료도 늘어난다. 여객이 줄면 임대료도 줄어든다. 지난달 기준 인천공항의 여객 수는 90% 이상 줄었다. 내년도 면세점 월 임대료는 기준점인 최소보장금액에서 최대 9%의 할인을 받을 수 있으나 이를 포기하라는 게 인천공사 측의 요구다.
반면 내년 여객수가 정상화되면 이듬해 임대료는 최대 9% 가량 인상될 수밖에 없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사가 애초 제시한 20%에서 내년 6개월간 할인율(9%)을 포기하고, 2022년에 인상(9%)된다면 결국 체감 감면율은 2%에 불과한 것"이라며 "결국 조삼모사격"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수익은 총 1조761억원이다. 이중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이 차지한 비중은 91.5%(9846억원)에 달한다.
이에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여객연동 임대료는 올해 수요 감소 피해를 내년에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올해 임대료 감면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 이를 적용하면 올해수요감소피해를 이중으로 수혜받게 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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