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힘의 원천은 바이러스를 보호하는 '지방질'을 파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바이러스 표면에는 사람 세포에 붙어 감염을 일으키는 돌기 형태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존재한다. 이 단백질은 바이러스 가장 바깥쪽 방어막 역할을 하는 지방질 성분의 '엔벨로프'에 달라붙어있다.
비누로 손을 씻으면 비누의 계면활성제가 엔벨로프를 녹여 바이러스 활성화를 막고, 물로 바이러스와 세균을 흘려보낸다. 전문가들은 엔벨로프에 구멍이 뚫리면 그 바이러스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이때 30초동안 꼼꼼히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도 바이러스 외피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비누가 지방질을 깨뜨리는 역할을 한다면, 샤워할 때 비누칠을 많이 할수록 살이 빠지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NO'다.
365mc 강남본점 손보드리 대표원장은 "비누가 지방을 제거한다는 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며 "비누 성분이 피부로 흡수되고, 다른 조직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지방세포만을 타깃으로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허벅지·팔뚝 등을 통통하게 만드는 피하지방은 바이러스를 감싼 지방질의 막과 결이 다르다. 피부 밑을 채운 지방세포가 많을수록 몸이 통통해지는데, 이는 비누 속 계면활성제가 지우는 '기름기'와는 다른 존재다. 결국 체지방을 제거하는 데 비누칠은 전혀 소용이 없다는 것. 지방세포를 없애는 방법은 지방흡입과 같이 직접적으로 지방세포를 몸 밖으로 뽑아내는 것이다.
다만 다이어터들의 이같은 절실한 마음을 이용한 '다이어트 비누'가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다.
1990년대 말 일본의 한 기업은 '샤워하는 것만으로도 살을 빼주는 비누'를 선보였다. 당시 업체는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피하지방이 줄었다"고 광고했고, 비누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는 중국에서 수입한 평범한 비누였다. 일본의 유명 작가 나카무라 우사기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중국의 3000년 신비가 낳았다는 살 빠지는 비누를 2000엔에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중국에서 100엔에 팔리던 싸구려 비누였다'고 회상한 바 있다. 물론 전혀 날씬해지지도 않았다. 명백한 상술이었던 셈이다.
손 대표원장은 "이처럼 입증되지 않은 업체의 허위 광고만을 믿고 다이어트 제품을 사용할 경우, 체중 감량이 불가능한 건 물론 피부 손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비누나 보디클렌저는 '화장품'일 뿐, 신체를 개선할 수 있는 의약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거나 '신체 일부를 날씬하게 한다'는 문구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보디슬리밍'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비누·클렌저·로션 등 화장품은 비만 치료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물론, 열심히 운동한 뒤 비누로 꼼꼼히 샤워하는 것은 날씬한 몸에 한 발짝 더 다가가도록 돕는 요소다.
손 대표원장은 "검증되지 않은 의문스러운 다이어트 방법으로 몸을 해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몸매 관리법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