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품교역의 성장이 부진한 가운데 전 세계 서비스교역이 고부가가치산업을 중심으로 연 6.8%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중무역 분쟁과 보호무역주의의 위협으로 상품산업의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 글로벌 서비스교역 현황과 특징 및 시사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재정위기, 중국경제둔화 우려 등으로 전 세계 상품교역의 연평균 증가율은 2001~2018년 7.9%에서 2011~2018년 4.8%로 줄었다. 반면 서비스교역 증가율은 8.7%에서 6.8%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교역이 위축돼 상품교역이 2.7% 감소한 지난해 상반기에도 서비스교역은 1% 증가세를 유지했다.
서비스산업은 이미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OECD 회원국 기준으로 서비스산업은 GDP의 70%(2017년), 고용의 73%(2019년)를 차지한다.
연구를 진행한 한은 국제종합팀은 서비스산업 성장의 원인으로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꼽았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생산 및 판매 과정에서 R&D, 디자인, 물류, 마케팅 등 제조업체의 서비스 투입이 증가하고 서비스와 재화의 결합판매도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생산과정의 가치사슬 단계에서 중간단계인 제조공정보다 기획, 연구개발, 브랜딩, 설계, 디자인 등을 포함한 첫 단계와 유통, 마케팅 같은 마지막 단계에서 부가가치 창출 정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경제의 지식집약화'도 또 다른 이유다. 기술이 발전하면 연구개발, 브랜드, 지식재산권 등 생산에 활용되는 지식의 중요성이 증가한다. 컨설팅, 금융서비스처럼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산업도 등장한다.
서비스교역을 국가별로 보면 수출과 수입 모두 선진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선진국은 수출에, 신흥국은 수입에 특화된 모습을 보였다. 최대 교역국인 미국은 지재권 사용료, 상품 관련 서비스 수출에서 강점을 나타냈다. 독일, 일본 등 제조업 강국도 원천기술에 대한 비교우위로 지재권 사용료에서 흑자를 냈다. 영국은 금융보험, 프랑스는 여행 서비스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었다.
글로벌 서비스산업의 확장에도 세계 서비스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2018년 기준 1.7%에 불과하다. 미국(14%), 영국(6.5%), 독일(5.6%), 프랑스(5%), 중국(4.6%)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글로벌 서비스 시장에서 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 서비스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국내시장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서비스 관련 각종 규제조치는 비교우위에 따른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하할 뿐 아니라 신규 서비스 업종 발전을 제약한다"며 "신규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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