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가 위축되면서 단기금융상품을 중심으로 시중 유동성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증가했다. 2016년 3월 이후 3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로, 시중 유동성은 충분하지만 효율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 상품에 돈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1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현금과 예금, 단기 금융상품 등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의 지난해 11월 일일 잔액평균은 289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늘었다. 9월 이래 3달 연속 7%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2016년 3월 이후 3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0.7%로 2018년 9월 이후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단기 변화를 나타내는 전월대비 변화를 보면, 광의통화 중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8조6000억원 증가)과 2년 미만 정기예적금(6조2000억원 증가)이 크게 늘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 자금이 단기 은행 상품에 쏠린 것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위원은 "경제불확실성이 높거나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을 때 기회를 노리면서 대기하는 자금이 많아진다"면서 "지금은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체별로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전월대비 12조원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기업은 전월대비 3조4000억원, 기타금융기관도 5조8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전월 대비 광의통화 증가율은 0.8%로 기업(0.4%)보다 훨씬 높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저성장에 저금리다보니 금융상품뿐 아니라 실물투자도 수익률이 낮다"며 "정부가 부동산 투자도 막아 붕 떠있는 자금이 늘었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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