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이 희귀핵연구단과 양자정보과학연구단(가칭) 등 2개의 새로운 본원 연구단을 출범시켰다. 이로써 IBS 연구단은 31개로 늘어나게 됐다.
IBS는 희귀핵연구단을 이끌 한인식 단장(이화여대 물리학과 초빙석좌교수·57)과 양자정보과학연구단의 이온트랩그룹을 이끌 드미트리 마츠케비치 CI(싱가포르국립대 교수·47)를 새롭게 선임했다고 16일 밝혔다. CI는 30~40대 젊은 연구책임자로 각 연구그룹을 책임지는 CI들은 '파이오니어 리서치 센터(PRC)' 형태의 연구단을 이끌게 된다. 희귀핵연구단은 16일 연구에 착수하며 양자정보과학연구단 이온트랩그룹은 내년 7월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나설 예정이다.
한 단장은 핵천체물리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업적을 보인 세계적인 석학이다. 미국 예일대와 칼텍,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리켄) 등 세계 유수 연구기관을 거쳐 지난 20년간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며 다양한 핵물리 분야 연구를 선도해 왔다. 최근에는 해외 대형 가속기를 활용해 중성자 과잉 희귀 핵들에서 일종의 규칙적인 특성인 '마법 수'를 발견했고, '피닉스' 국제 공동 연구의 일환으로 새로운 물질의 상태인 '쿼크-글루온 플라즈마'가 작은 시스템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 국제 과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관련 분야 국내외 석학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는 한 단장에 대해 "국내 희귀동위원소 협력연구를 이끌 최적의 인물"이라며 "그의 가속기 활용 연구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는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인 IBS '라온(RAON)' 등 거대 연구 인프라의 세계적 활용도를 높이고, 국가 과학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단장은 "무거운 원소의 생성과정, 새로운 희귀 동위원소의 발견 등 우주 원소의 기원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한국이 핵물리 분야의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IBS에서 국내 희귀 핵물리 연구의 초석을 다지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를 수행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마츠케비치 CI는 이온트랩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연구자다. 이온 트랩은 양자컴퓨터 구현 방식 중 하나로, 물질의 원자를 전기적 성질을 가진 이온으로 만든 뒤 빛과 자기장으로 이를 조절해 다양한 양자현상을 응용하는 학문 분야다. 일례로 이온트랩 양자컴퓨터는 다른 유형의 양자컴퓨터에 비해 오류가 적고(논리 성공률 99.9%)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마츠케비치 CI는 201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와인랜드 미국 오리건대 물리학과 교수의 적극 추천을 받았다. 와인랜드 교수는 "마츠케비치 교수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젊은 리더로 IBS의 지원과 함께라면 기존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수십 배 능가하는 '꿈의 컴퓨터'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츠케비치 CI는 "이온트랩 분야는 그 응용가능성과 잠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연구그룹이 5개 정도 불과할 정도로 아직 많은 연구가 수행되지 않았다"며 "IBS의 CI로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에 매진하다보면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발견으로 인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규 연구단 출범과 관련해 노도영 IBS 원장은 "거대시설 기반의 '빅사이언스'와 선도적인 양자과학 연구를 수행할 두 연구단의 설립으로 IBS는 연구 영역을 한층 더 확장하게 됐다"며 "두 연구단은 각각 중이온가속기 활용을 활성화하고,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양자정보과학 분야를 이끌어나가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