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김포 풍무동의 한 요양병원에서의 화재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해당 요양병원이 최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받은 소방시설 점검 관련 인증조사에서 모두 우수한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받은 '요양병원 소방시설 점검관련 인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시행된 2주기 소방시설 점검관련 인증조사 대상 요양병원 855곳 중 김포요양병원을 비롯한 687개소가 화재예방을 위해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항목에서 '상' 또는 '유' 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기관 인증제는 지난 2010년 의료법 개정에 따라 병원 서비스 질 관리를 위해 도입한 제도다. 요양병원은 2013년부터 인증 신청이 의무화됐다. 조사위원은 수검기관에서 작성해 제출한 1차 점검표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직접 소방시설 예방관리 실태를 확인하여 평가한다.
기동민 의원은 의료기관 인증제 평가요소 중 하나인 '화재예방 점검 및 관리'의 평가 기준이 세부 점검항목들의 점수합산이 아니라 조사위원의 주관에 의존한 점수라는 점을 지적했다. 기 의원에 따르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화재안전관리 인증조사를 위해 수검기관에서 제출하는 1차점검표도 의무 제출이 아니다.
화재안전관리 검사의 신뢰도 또한 높지 않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파견하는 평가인증팀은 의사, 간호사, 그리고 기타직종으로 구성돼 방재전문가가 평가인증팀에 합류할 가능성은 낮다. 또 이들이 의료기관 한 곳에서 평가하는 항목은 241개에 이르고, 소방시설 점검은 그 중의 한 분야에 불과하다.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평가팀이 적은 인원으로 많은 평가 항목을 모두 수행해 제대로 된 평가가 힘든 상황이라는 게 기 의원의 지적이다.
기동민 의원은 "2014년 5월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건 이후 소방시설 점검 관련 인증기준을 강화했지만 요양병원의 화재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소방시설 점검에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이를 담당하는 소방청과 협업구조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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