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중앙부처 재정 약 12조원을 지자체 재정으로 전환하는 재정분권 2단계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재정자립도가 절반에 불과한 지자체에게 돈을 더 줘서 각 지자체들의 자율행정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다만 일부 지자체에서 추가로 들어온 돈을 선심성 개발사업에 투자할 수 있어서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행정안전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재정분권 관련 정책설명회를 가지며 "지난 6일 2단계 재정분권 TF팀이 발족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재정분권 1단계에서 올해와 내년에 걸쳐 지방소비세율을 10% 올려 연간 약 6조8000억원을 지자체 재정으로 확충하기로 했는데 이에 이어 두 번째로 돈을 더 내려주는 것이다. 지난해 1단계안을 발표하면서 2단계로 '12조원 +알파'를 내려주겠다고 한 만큼 그 수준에서 2단계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성조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정책관은 "소득세의 10%를 걷고 있는 지방소득세율을 높이거나 교육세를 지방재정으로 전환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며 "국민 세 부담은 늘지 않는 선에서 중앙과 지방 간의 재정비율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2단계안이 당초 발표된 것처럼 12조원 규모로 성사된다면 현재 75대 25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70대 30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이 같은 재정분권을 통해 지자체 자율성을 높이면 국가에 의존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지자체의 자율행정 능력이 커질 수 있다는게 행안부 설명이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의 지자체 재정체계는 '뒷짐지고 뛰어와서 빨리 골인해야 떡을 먹을 수 있는 옛날 초등학교 운동회'로 비유할 수 있다"며 "중앙정부 시책에 잘 따르고 말 잘 듣는 지자체에게 더 돈이 가는 구조인데, 재정분권이 되면 지역의 혁신과 자율행정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만큼 지자체 책임성도 늘어나서 기층으로부터 통폐합을 하자는 움직임도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앙의 통제를 벗어난 돈 수조원이 지자체 재정으로 이관되면 지자체장들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할 염려도 있다. 이때문에 이를 감시하고 보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예산 사용항목을 세세하게 공개해 지역주민과 지방의회가 견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잘못된 집행을 한 지자체에 대해선 교부세(중앙에서 지방으로 내려주는 돈)를 더 적게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강 정책관은 "주민이 직접 예산을 짜는 주민참여예산도 확대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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