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ppb(10억분의 1) 이하 농도의 극미량 단백질만으로 2시간 내에 패혈증이나 조류독감을 진단할 수 있는 고감도 진단센서 칩이 개발됐다. 각종 질병의 조기 진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규 재료연구소 표면기술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미국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영국 임페리얼공대, 독일 뮌헨공대와 함께 패혈증이나 조류독감을 현장에서 2시간 내에 ppb 이하의 초고감도로 검출할 수 있는 3차원(3D) 바이오센서 칩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3차원 바이오센서 칩 제조기술은 한국과 미국, 중국에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재료연 연구진은 고감도 바이오센서 칩의 핵심인 금속 나노입자를 진공에서 직접 합성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고분자 나노소재와 금속의 표면에너지 차이를 극대화해 고분자 나노구조상에서 귀금속 나노입자를 구형으로 형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고감도 바이오센서 칩은 3D 고밀도 금속 나노 구조체의 플라즈몬 공명 현상을 이용해 ppb 이하 극미량의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검출할 수 있다.
진공증착 공정을 통해 형성된 금속 나노입자는 표면에 계면활성제와 같은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면역분석법을 통한 형광 분석을 수행할 때 형광 신호의 세기와 민감도 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임형순 MGH 교수 연구진은 혈액에서 패혈증 관련 단백질 바이오마커만을 선택적으로 결합시키는 형광 기반 면역분석법을 개발했다. 임페리얼공대와 뮌헨공대 연구진은 고감도 바이오센서 칩의 성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박 연구원은 "패혈증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3000만명 이상 발병하고 발병 후 일주일 이내에 사망하는 치사율이 20%인 매우 위험한 질병"이라며 "2시간 내에 패혈증을 확진할 수 있는 초고감도 쾌속 진단기기 개발이 치사율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센서 칩은 대면적 제조공정 구현과 재현성 확보 등 상용화에 필요한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기 때문에 향후 실용화 연구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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