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올해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 회장이 계열사 사장들에게 중장기 사업전략 마련을 주문한 뒤 열리는 첫 회의다. 롯데의 향후 10년을 책임지는 청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이 된다. 특히 시기적으로 한일 관계가 경색국면에 접어든 때 '일본통'인 신 회장이 내놓을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 5일간 열리는 회의…51개 계열사 대표들 중장기 사업전략 발표
16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는 롯데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 : value creation meeting)가 열렸다.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하는 회의 참석을 위해 계열사 사장들이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오전 8시 50분경 모습을 드러낸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일본 출장 성과가 어땠는지', '한일관계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은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따로 답은 하지 않은 채 회의실로 향했다.
사장단 회의의 첫 스타트를 끊은 곳은 식품 사업부문(BU·Business Unit).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등 식품계열사 11곳의 대표 및 임원들은 이날 롯데월드타워에 모여 현안을 공유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한다.
이어 17일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홈쇼핑 ·롯데 e커머스 등 유통 사업부문 15개사 대표들이 머리를 맞댄다. 18일에는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롯데건설 등 화학 사업부문 11개사 대표들이 사장단 회의를 하며 19일에는 롯데호텔·롯데면세점·롯데렌탈·롯데정보통신 등 호텔&서비스 사업부문의 14개사 대표들이 모여 중장기 비전을 공유한다.
이례적으로 5일간 진행되는 사장단 회의의 화두는 일단 중장기 사업 전략이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3~4년간 그룹 안팎에서 악재가 터지면서 그룹과 계열사들이 중장기 비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며 "이번 회의에서 롯데의 향후 10년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등 경제 보복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심화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얘기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통'인 신 회장은 한일 관계가 경색되자 지난 5일 일본으로 출국, 열흘 가량 일본에 머물렀다. 때문에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30대 기업 총수 간담회에도 불참한 만큼 신 회장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 신 회장, 총 40시간 회의 모두 주재…"경청하되 경연 방식으로"
신 회장은 5일간 총 40여시간 동안 열리는 모든 회의를 주재한다. 롯데 관계자는 "16일부터 5일간 8시간씩 사장단 회의는 열릴 것"이라며 "중간 휴식시간이나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회의는 신 회장 주재로 진행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일방적인 발표 방식의 회의는 아니다. 신 회장은 계열사 대표들로부터 중장기 사업전략을 경청하며 중간중간 질의를 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이미 지난 1월 23일 열린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계열사 대표들에게 "여러분이 맡고 있는 회사의 3~5년뒤 주가와 가치를 투자자들이 묻는다면 자신있게 답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회의 참석자들 간 토론도 자유롭게 이뤄진다. 아울러 발표 내용을 두고 투자자의 관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업 전략을 짠 계열사를 '선발'한다. 일종의 경연 방식이다.
롯데는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우수한 사업 전략을 마련한 계열사 4곳을 뽑는다. 계열사 대표들이 인정한 사업 전략인 만큼 선발된 계열사 대표로서는 힘이 실리게 되고, 연말 대표 인사에까지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대표들이 더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사장단 회의 마지막 날 매각 결정된 금융사 사장도 참석
롯데 하반기 사장단 회의의 대미를 장식하는 20일에는 통합 세션이 열린다. 사업군별로 논의된 내용이더라도 그룹 전반에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20일에는 이번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모두 모인다. 그 자리에서는 사업부문 별 우수한 사업 전략을 가진 곳으로 뽑힌 4개 계열사가 다시 내용을 공유하게 된다.
특히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롯데의 금융부문 4개사 대표도 마지막날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매각이 결정되긴 했지만 향후 롯데와의 시너지 창출을 지속 모색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고 롯데 측은 설명했다.
5일간 열리는 회의의 연속성을 위해 마지막 회의는 토요일에 열린다. 51개 계열사 대표 및 임원 등 총 100여명은 전원 참석이며, 롯데지주에서 일부 직원들이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근무 할 예정이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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