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편의점 가면 되지, 무슨 배달을 시키냐"는 말은 옛말이 됐다.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의 편의점에서도 클릭 몇 번이면 주문한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현관 앞까지 배달해주는 시대다.
날로 확장하는 배달서비스 시장에 지난달부터 편의점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전국 1000여개 가맹점에서 지난달 14일부터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CU 한달 서비스 실적을 분석해봤다. 일반 배달음식점과 달리 끼니 때마다 수요가 늘지 않았고, 간편하게 먹는 제품일 수록 선호도가 높았다.
편의점 CU가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한달 간 배달앱 '요기요', 메쉬코리아 '부릉'과 함께 진행하는 배달서비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날씨였다. 평균 배달서비스 매출을 100%로 봤을 때 비오는 날에는 매출이 135.1%까지 치솟았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날이 흐리면 평소보다 26%이상 배달 주문이 많았다. 화창한 날에는 평균보다 배달 수요가 18% 적었다.
편의점 배달서비스를 통해 '날씨에 따른 매출 변동'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적중한 것이다. 편의점은 기존에는 따로 온라인 사이트 등을 이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야외활동이 많고 시원한 음료를 자주 사는 여름이 편의점 성수기, 야외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은 비수기다. 비 오는 날에는 편의점 매출이 특히 줄었다. 날씨가 궂은 날 배달서비스가 늘면 가맹점주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된다.
주문서비스 이용 요일로는 토·일요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토·일요일에는 일주일 주문량의 37%가 몰렸다. 토·일요일 주문량은 주문이 가장 적은 월요일(9%)의 두 배 가까이 올라갔다. 주말이 가까울 수록 배달을 시키는 사람이 많은 것도 흥미롭다.
식사대용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배달해 먹을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비껴갔다. 배달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오전 11시~오후11시 중 가장 주문이 몰린 시간은 오전 11~오후1시였다. 늦은 아침이나 이른 점심을 먹으려고 주문하는 사람이 전체의 27%나 됐다. 오후 1~3시까지는 간간히 주문이 이어졌지만, 저녁 시간에는 이용자가 적었다. 오히려 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늦은 오후 9~11시에 '야식'을 배달시키는 사람이 많았다. 점심은 사무실이나 집, 학교 근처에서 간단히 도시락으로 때우더라도 저녁은 편의점 상품을 덜 먹는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편의점 배달 매출 효자는 야식·간식으로 즐기는 냉장즉석상품이 차지했다. 보통 편의점 입구쪽에 위치하는 냉장코너에 있는 떡볶이, 핫도그, 피자 같은 식품들이다. 간단히 전자레인지에 돌려 조리하는 이들 제품은 전체 매출 중 17%에 달했다. 도시락과 삼각김밥 등 간편식(15%), 컵라면(14%)과 바나나우유·초코우유 등 가공유(12%)가 뒤를 이었다.
판매량으로 보면 편의점 인기상품 컵라면(16%) 주문량이 가장 많았고, 가공유(15%)와 냉장즉석식(14%) 순이었다.
CU에서 배달 가능한 최소 주문 금액은 1만원이다. 고객이 배달앱 '요기요'에 접속해 1만원 이상 구매하면 가까운 CU매장 상품을 원하는 곳에서 받을 수 있다. 배달 이용료는 3000원이다.
편의점 배달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평균 배달 한 건당 1만6530원(배달료 제외)을 지불해, 1회 주문시 객단가도 높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4월 조사한 편의점 객단가는 5619원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음료수 1개, 담배 한 갑을 사러 편의점에 가지만, 온라인에서는 여러 개를 한꺼번에 주문한다는 의미다.
황환조 BGF리테일 경영기획실장은 "배달서비스 도입으로 날씨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온라인으로 상권을 확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CU는 주문자 반경 1.5㎞ 이내 편의점에 주문 상품 재고가 있는지 주문 전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맹점에서도 계산단말기(POS)를 통해 주문 사항 확인이 가능하다.
BGF리테일은 현재 1000개 가맹점에서 운영 중인 배달서비스를 연내 3000여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주문 가능한 상품은 도시락, 삼각김밥과 디저트, 과일 등 200여가지 식품에 한정되지만, 향후에는 생활용품 등으로 품목을 넓혀가기로 했다.
GS25가 심부름 대행 업체 '허니비즈 띵동'과 함께 서울 강남, 송파 일대 1400여개 점포에서 운영하는 배달 서비스는 이용 건수가 월 1000여건 가량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객이 주문하면 띵동 라이더들이 인근 지역 편의점에서 구매해 배달하는 방식으로, 비용은 띵동 모바일앱에서 결제하거나, 라이더의 단말기를 통해 결제할 수 있다. GS25는 배달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지난 4월 '요기요', 이달에는 '우버이츠'와 제휴해 배달서비스를 늘렸다. 운영점포가 강남 직영점 4곳(요기요), 광진·서대문 등 직영점 4곳(우버이츠)에 불과해 아직은 테스트 단계다.
추성필 GS25 마케팅팀 대리는 "다수 업체들과 배달 제휴 테스트를 진행해 고객 주문이 꾸준히 발생한다"며 "가맹점 추가 수입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형태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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