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양강 체제를 확고히하고 있다.
세계 슈퍼컴퓨팅 기술 격전장으로 불리는 '슈퍼컴퓨팅 컨퍼런스(ISC)'는 17일(현지시간)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 탑500(Top 500)을 발표했다. ISC에서 발표한 순위를 살펴보면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 서밋(Summit)이 작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실측 성능을 향상시켜 재등록한 서밋의 실측성능은 148페타플롭스(PF)로 1초에 148 x 1000조번의 연산이 가능하다. 2위는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시에라(Sierra), 3위는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라이트(Sunway TaihuLight) 순으로 지난해에 이어 그대로 순위를 유지했다.
올해 탑500에서 미국은 전체 성능, 중국은 수량에서 전 세계 국가를 압도하면서 슈퍼컴퓨터 분야 2강 체제르 공고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ISC에 참여중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탑500 중 성능 부분에서는 미국이 38.5%, 중국이 29.9%를 기록해 두 나라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량에서는 중국이 탑500 중 219대(43.8%)를 차지해 2위인 미국(116대, 23%)을 따돌렸다. KISTI는 "슈퍼컴퓨터 분야 주도권을 두고 양국의 각축전은 지속될 전망이며, 양국 모두 페타플롭스를 넘어 페타보다 1000배 빠른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를 2~3년내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2013~2017년 5년 동안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1위를 지키던 중국은 미국을 능가하기 위해 올해 초 향후 3년간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 KISTI의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은 작년말 미국에서 개최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 발표 대비 2계단 하락하여 15위를 차지했다. 누리온은 연산 속도가 25.7페타플롭스(PF)에 이르고 계산노드는 8437개다. 1PF는 1초에 1000조번 연산이 가능한 수준이며 70억명이 420년 걸려 마칠 계산을 1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기상청이 보유한 누리와 미리가 각각 99위와 100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은 5대(국가별 순위 10위)의 슈퍼컴퓨터만 탑500 순위를 기록하면서 슈퍼컴퓨터 강국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홍태영 KISTI 슈퍼컴퓨팅인프라센터장은 "슈퍼컴퓨터의 활용을 통한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미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후발주자들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경쟁 체제는 융합 트렌드와 더불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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