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혈관용 스텐트 제조업체 에스앤지바이오텍이 지난 5년간 4천여개의 비허가 스텐트를 생산해 납품한 사실이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에스앤지바이오텍이 2014년 이후 4천300개의 혈관용 스텐트를 허가 없이 생산해 대학병원 등 136개 의료기관에 납품한 사실을 밝히고 형사고발 조치를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혈관용 스텐트는 혈관 벽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증'이나 혈관벽이 부풀어 오르는 '대동맥류' 같은 고위험성 혈관 질환에 주로 사용되는 의료기기다. 혈관에 직접 삽입되는 기기인만큼, 정부는 혈관용 스텐트를 의료기기 위해도 등급(1∼4등급) 중 가장 위험성이 큰 4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적발된 에스앤지바이오텍의 제품들은 길이, 직경, 모양 등이 모두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됐다. 또 스텐트를 체내에 삽입하는 방식과 원자재 등도 허가사항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에스앤지바이오텍은 이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병원 등에 납품하는 제품 포장 박스에는 허가받은 모델명을 거짓으로 기재하고, 실제로는 비허가 제품을 넣어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납품을 받은 의료기관이 허가 번호와 실제 제품을 혼동하지 않도록 실제로 공급된 비허가 제품의 도면을 포장 박스에 함께 표시함으로써 구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법을 썼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이에 앞서 식약처는 지난 9일 에스앤지바이오텍의 비허가 혈관용 스텐트 제품들에 대해 판매중지와 회수 명령을 내리고, 이미 제품을 공급받은 136개 의료기관에는 해당 제품의 사용을 중지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업체 점검 때 확인되지 않은 2013년도 이전의 제품 유통기록과 추가적인 위법사실 등에 대해 수사 중에 있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제조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식약처는 대한흉부외과학회와 대한영상의학회 등을 통해 임상전문의와 의공학 교수 등에게 비허가 제품을 시술받은 환자들의 안정성과 관련해 자문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허가받은 스텐트와 원재료가 같아 의학적 위험성이 크지 않아 재시술 등의 필요성은 낮다"며 "담당 의사의 판단에 따른 정기검사를 통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면 충분하다"고 전했다.
식약처는 현재 시술환자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 중이며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개별 통보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이번 수사와 함께 공인된 검사기관을 통해 회수 제품을 대상으로 스텐트의 성능과 관련된 탄성력회복, 압축하중, 부식 등에 관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위험 의료기기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조사 결과와 관련해 강성권 에스앤지바이오텍 대표는 "4천300개 중에서 대부분은 허가제품의 사양이 변경된 것이다"며 "허가받은 사항에 새로 규격만 추가한 제품이므로 모두 비허가 제품으로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대표는 "(비허가 또는 비인증 제품에 대한) 방지대책을 세우고 있고 (적발된 제품들은) 가능하면 이른 시일 안에 사양 변경을 신청해서 허가사항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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