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은 물론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전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KDB산업은행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지난해 감사보고서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는 앞서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사태와 관련해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만큼 그룹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그룹 회장직은 물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 회장에게 이 같은 의지를 전하며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감사보고서 감사의견으로 '한정'을 받으면서 회사채가 상장폐지될 위기에 몰렸다. 650억원 규모의 영구채 2차 발행에 제동이 걸렸고, 회사채 상장 폐지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유동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란 시장 우려가 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했는데,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ABS 미상환 잔액을 조기 즉시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감사의견 '적정'으로 재공지되면서 상장채권 폐지 사유가 해소됐고 매매도 재개돼 박 회장의 퇴임은 사실상 예상하지 못했단 게 재계의 주된 반응이다.
박 회장은 이날 '그룹 임직원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직원들에게 퇴진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와 관련해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책임을 통감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주주와 채권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퇴진이 임직원 여러분에겐 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란 모순에 많은 고심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고객의 신뢰와 재무 안정을 위한 여러분의 협력을 과제로 남기게 돼 안타깝다. 이 모든 것은 전적으로 제 불찰이고 책임"이라며 "비상경영체제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회장과 경영진을 도와 각고의 노력과 협력을 다해주길 부탁한다. 이해관계자의 삶의 질 향상이란 그룹의 미션을 이루어 달라"고 당부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빠른 시일 내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하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이 대주주로서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평소 지론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차원에서 이 같이 결심하게 됐다"며 "그룹과 대주주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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