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해산물 식중독 등으로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비브리오 패혈증 치료에 균의 내성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했다. 여름철 식중독에 의한 건강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상호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안전성독성연구센터(ARC) 연구진은 병원성 비브리오균이 대부분 내성을 갖지 못하는 새로운 항균물질인 'CM14'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최 교수는 "기존 항균물질들은 병원성 세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방식이어서 필연적으로 내성균의 출현을 유도하는 반면, CM14는 병원성 비브리오균의 생장을 억제하지 않고 독성을 억제하는 방식이어서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13일자에 게재됐다.
대표적인 병원성 비브리오균인 '패혈증 비브리오균' 감염에 의해 유발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발열과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48시간 내 치사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패혈증 비브리오균에 오염된 해산물을 섭취하거나 오염된 바닷물에 상처 부위 등 체내가 노출됐을 때 감염되며, 특히 수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에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
연구진이 새롭게 발견한 CM14는 패혈증 비브리오균을 비롯한 다양한 병원성 비브리오균의 독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균을 물리친다. 페니실린과 같은 기존 항생제는 균의 생장을 억제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균이 생존을 위해 돌연변이 일으켜 내성이 생긴다. 이런 경향은 항생제 투여량이 많을수록 강해지기 때문에 급성질환에도 항생제를 굉장히 제한적으로 써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CM14는 독성만 억제하기 때문에 내성이 거의 생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CM14의 생체 안전성을 검증하고 패혈증 비브리오균과 장염 비브리오균, 비브리오 알지노라이티쿠스 등 여러 병원성 비브리오균에 대한 독성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최상호 교수는 "CM14는 기존 항생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물질로 효과적인 치료는 물론 향후 식품, 보건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ARC는 서울대가 정부 지원으로 운영하는 학제 간 융합 연구센터 중 하나다. 이번 연구에는 단장인 최상호 교수를 비롯한 김병식 이화여대 엘텍공대 식품공학전공 교수, 하남출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한호재 서울대 수의대 교수, 김종서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연구위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정낙신 서울대 약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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