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단 2분 만에 유방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미세한 돌연변이를 검출할 수 있는 초고속 진단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유방암은 물론이고 각종 암의 조기 진단과 예방이 한층 더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심상준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팀은 빛에 민감한 특성을 가진 금 나노입자를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이루는 염기 하나의 돌연변이까지 감지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유전자 1개는 염기 3개로 이뤄져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9일자에 게재됐다.
유방암 유발 유전자로 잘 알려져 있는 'BRCA1' 유전자는 본래 세포 내에서 DNA의 손상을 복구하고 종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BRCA1 유전자를 이루는 염기 하나만 변이돼도 유방암 발병률이 80%에 달한다. 그만큼 조기 진단이 중요한 셈이다. 하지만 기존의 진단 기술은 검출 시간, 민감도 등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BRCA1 유전자를 표적으로 금 나노입자 기반의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변이가 일어난 염기에 '뮤트(Mut)S'라는 단백질이 결합하는데 이때 금 나노입자의 산란광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특히 민감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나노입자를 일반적인 공이나 막대 모양이 아니라 두 입자를 연결하는 브릿지 형태로 설계했다.
연구진은 새로 개발한 바이오센서를 이용해 실제 유방암 세포주의 분자 수준에서 BRCA1 유전자의 돌연변이 유무를 단 2분 만에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또 돌연변이 종류에 따라 뮤트S 단백질의 결합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변이가 발생했는지도 알아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를 응용하면 유방암 외에도 다양한 암과 알츠하이머병 등 난치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 예후 모니터링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할 수 있으리란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심교수는 "극소량의 시료만으로도 다양한 유전적 질환을 쉽고 빠르게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어 환자 맞춤형 치료 등 의료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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