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원장 한종인)이 첫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지난달초 급성심근경색으로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을 찾은 황 씨(남·56)는 곧바로 심혈관 중재 시술을 받았다. 기존 혈관손상 정도가 심했던 황 씨는 시술 후에도 혈압과 활력 징후가 불안정해 중환자실에서 에크모(ECMO·혈액 내 산소를 주입한 뒤 펌프를 이용해 전신 순환을 이뤄주는 장치)를 이용한 집중 치료에 들어갔다.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에도 불구하고 황 씨의 심장기능은 회복되지 못했고 심장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태가 되어 한국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등록 후 공여자를 기다렸다.
첫 번째 공여자가 나타났지만 황 씨와 체격 차이가 커 수술 후 위험성이 높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황씨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의료진과 가족이 긴장하던 중 때마침 황 씨와 체격 조건이 잘 맞는 두 번째 공여자가 나타났다.
김경진 교수는 "황 씨는 에크모를 거치하고 있는 위험도가 높은 환자인 만큼 건강한 상태의 심장이식을 받는 게 중요했다"면서 "다행히 위급한 순간에 나타난 두 번째 공여자는 황씨와 체격 조건이 잘 맞았고 활력징후가 안정적이어서 흉부외과와 긴밀하게 상의한 후 이식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황 씨의 심장이식 수술이 결정된 후 흉부외과 서동만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이대목동병원 심장이식팀은 곧바로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모든 이식 수술 환자는 장기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력을 매우 낮은 상태로 유지한다. 이 때문에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은 수술 준비 과정에서 무엇보다 안전에 초점을 두었다. 중환자실 내에 황씨를 위한 격리 병실을 만들고 철저한 소독 후 황 씨가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직원들의 출입을 삼가면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질 환자 상태에 맞춰 감염 관리에 온 힘을 기울였다.
지난 11월 12일 공여자의 장기이식수술이 시작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황씨 수술도 시작되었고, 곧이어 이대목동병원에 도착한 공여자의 건강한 심장은 서동만 교수의 집도로 무사히 황 씨에게 안착되었다. 에크모 등 많은 생명유지 장치를 달고 수술실로 들어간 황 씨는 어떠한 장치도 하지 않은 채 중환자실로 다시 돌아왔고, 빠르게 호전되어 일주일 만에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었다.
지난 12월 13일 황 씨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응급실로 실려 온 지 50여일 만에 건강한 심장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날, 첫 심장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룬 의료진도, 당장 내일 생사 여부를 알 수 없어 마음을 졸이던 가족들도 건강해진 황 씨의 퇴원모습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서동만 이대목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앞으로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여정이 많이 남아 있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 큰 축복" 이라면서 "이번 수술은 황 씨의 삶이 한 단계 나아지는 것 뿐만 아니라 이대목동병원의 의료 수준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화의료원은 이대서울병원 개원을 앞두고 지난해 이화의료원의 장기이식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해 심장이식의 권위자인 서동만(흉부외과), 박정준(흉부외과), 김경진(순환기내과) 교수를 영입했다. 이대서울병원은 국내 유일 기준 병실 3인실, 전 중환자실 1인실로 우리나라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2019년 2월 개원 예정이다. 이대서울병원은 인천·김포국제공항과 인접한 장점을 살려 국제병원을 지향함을 물론 5대 암, 심뇌혈관질환, 장기이식 등 고난도 중증질환을 특화할 예정이다. 이 중심에 심장질환이 있다.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관리와 심근경색, 심장이식 등 고난도 질환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새 병원의 쾌적한 시설과 큰 규모 뿐만 아니라 치료의 질적 수준도 높여 관련 분야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동만 교수는 영입과 동시에 이대서울병원 국제심혈관센터 추진 단장을 맡아 심장혈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관련 분야 의료진들도 연수를 통해 역량을 높여 이대서울병원 개원 전 마침내 이화의료원 역사상 첫 심장이식 수술 성공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되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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