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한국 배터리업계가 중국의 보호무역과 물량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통해 키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에 외국 기업이 진입하는 것을 막는 동안 성장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최근 유럽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면서다.
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제품을 탑재한 전기차 모델은 최근 중국 공업화신식부가 발표한 2018년 8차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대상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당초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의 보조금 대상 포함을 점치기도 했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먀오웨이 중국 공신부 장관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의 형식 승인을 확인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먀오웨이 장관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탑채 차량의 형식승인을 확인해준 뒤 3차례 진행된 보조금 지급 대상 목록 발표에서 SK이노베이션은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에 보조금 차별을 가하는 이유는 기술 격차를 따라잡을 시간을 벌어주려는 데 있다고 업계는 추측한다. 실제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업계 사이에는 약 5년의 기술 격차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배터리 셀 한 개의 용량이 큰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2016년 이뤄진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자 국내 업체들은 당분간 보조금 차별 해소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유럽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마침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규제하겠다는 정책이 나오면서 LG화학과 삼성SDI는 수주 잔고를 빠르게 늘렸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현재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가 6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42조원에서 반년만에 20조원어치에 달하는 물량을 더 따냈다. 앞서 삼성SDI도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장기물량을 기준으로 볼때 삼성SDI의 자동차 전지 수주 잔고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배터리업계는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중국 CATL은 지난달 10일 독일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는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초기 투자비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동유럽에 투자한 국내 업계와 비교해 물류에서 앞서 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물량공세에 삼성SDI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구매하던 BMW도 CATL로부터 대규모 물량의 배터리를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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