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3층.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눈에 띄는 부스가 하나 있다. 커다란 로봇 팔이 분주하게 커피를 만드는 부스다. 고객들은 제조 과정을 지켜보다가 픽업대에 내려오는 커피를 집어 든다. 마치 공상과학소설(SF)에 나올 법한 얘기지만 이는 달콤커피가 실제 운영하는 로봇 커피숍 '비트'다.
지난 26일 오후 롯데월드몰과 영등포 CGV에 마련된 비트 매장을 찾았다. 로봇커피숍 비트는 지난 1월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을 시작으로 동탄 카림애비뉴, 고양 이마트몰 등 수도권 내에 16개 매장이 들어섰다. 이외에도 여의도 SK증권, 미래에셋 등 일반 기업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사내 카페로도 입점했다. 롯데월드몰점과 영등포점은 지난 5월과 6월에 각각 문을 열었다.
비트 카페 롯데월드몰점을 이용하기 위해 주문 키오스크 앞에 줄을 선 시민들. [사진 = 문혜령 인턴기자]
이 카페는 일반 커피숍과는 달리 직원이 한 명도 없다. 의자와 테이블도 없다. 모든 커피는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할 수 있다. 다만 흰색 로봇 옆에는 시럽과 빨대, 컵 뚜껑, 홀더 등이 구비된 셀프 바가 있다. 손님들은 아르바이트생을 찾는 대신 스마트폰 앱이나 키오스크를 통해 커피를 주문한다. 때마침 비트 롯데월드몰점에서는 '앱 사용시 1000원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기자는 직접 스마트폰 앱을 깔고 커피를 주문해 봤다.앱은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가입, 주문, 결제가 가능하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할 수 있어 가입 승인 또한 빠르다. 핫/아이스를 포함한 14가지 메뉴 중 하나를 고르고 신용카드나 휴대폰, 카카오페이 등으로 계산하면 주문이 들어간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비트 카페 롯데월드몰점에서 아이스초코를 주문했다. 대기시간과 PIN 번호 등이 화면에 나온다. [사진 = 문혜령 인턴기자]
키오스크를 사용할 경우에는 커피를 장바구니에 담은 뒤 마찬가지로 신용카드나 삼성페이로 결제하면 끝이다. 키오스크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국어 버전이 제공된다. 기자는 1000원 할인을 받아 '아이스초코' 한 잔을 1800원에 주문했다. 할인을 제외한 음료 가격은 모두 2000원대다.주문하기 무섭게 로봇의 두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로봇은 플라스틱 컵을 하나 꺼내들고 정수기에서 얼음을 채워 커피 머신에 올렸다. 그리고 뾰족한 한쪽 손가락으로 커피 머신의 버튼을 누르자 초코와 우유가 함께 섞여 나왔다. 이후 완성된 아이초코는 오른편 대기 자리로 옮겨졌다. 이 모든 과정은 2분만에 이뤄졌다. 시민들은 이 같은 장면이 신기한지 연방 사진을 찍거나 흥미로운 눈으로 로봇을 관찰했다.
얼음이 담긴 컵을 올려두고 손가락으로 커피머신을 작동시는 비트카페 영등포 cgv점 로봇. [사진 = 문혜령 인턴기자]
유리창 앞 화면에 주문 직후 스마트폰 앱에 떴던 PIN 번호 네 자리를 입력하자 아이스초코가 픽업대로 내려왔다. PIN 번호를 입력해야만 커피를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방문 전에 미리 앱으로 주문을 하면 도착하자마자 음료를 받을 수 있다.화면에 PIN 번호를 입력하자 주문한 아이스초코가 픽업대로 내려온다. [사진 = 문혜령 인턴기자]
로빈 대신 '로미'가 있는 비트 영등포 CGV점을 이용한 직장인 성모 씨(26)는 "신기해서 앞으로도 자주 이용할 것 같다"며 "알바생을 마주하지 않고도 몇 번의 클릭만으로 원하는 음료를 빠르게 만들어줘 부담 없고 편리하다"고 말했다.하지만 비트 커피숍의 관리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효진 달콤커피 홍보팀 부장은 "기계 관리나 고객 도움, 셀프바 정돈 등을 위해 손님이 몰리는 평일 오후엔 관리자가 일정시간 근무를 한다"며 "평일에는 300명, 주말에는 400~500명에 가까운 소비자들이 로봇 커피숍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문혜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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