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7중 추돌사고의 단초를 제공한 '근로기준법 59조'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진다. 광역급행버스(M-버스) 사업자 선정 단계에서 근로자 처우 관련 평가항목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맹성규 국토교통부 2차관은 13일 관계기관 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사간 합의에 의해 운수 종사자들을 장시간 운행으로 내모는 현행 특례 규정은 문제가 있다"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개정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59조는 운수업을 비롯한 일부 특수업종에 대해 노사간 합의에 따라 주 12시간을 넘는 연장근무와 휴게시간 조정을 가능하도록 한 특례규정이다. 하지만 사실상 노사간 합의라는 틀을 통해 운수종사자들에게 '무제한 근로'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졸음운전 참변을 낳은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다만 이미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2012년 현행 26개인 특례업종을 운수업을 포함한 10개로 줄이기로 잠정 합의한 데다, 운수종사자의 소득보전, 경영자의 인력확충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어 향후 협의 단계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맹 차관은 또 "M-버스 사업자 선정단계에서 근로자 처우에 대한 평가항목의 비중을 상향조정하는 것을 비롯해 그동안 논의하지 않았던 쟁점들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100점 만점인 사업자 평가기준에서 근로자 처우에 대한 평가 비중이 3점에 불과해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정부가 방치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4시간 운전·30분 휴식'을 보장하도록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대한 준수 여부도 철저히 감독하기로 했다. 맹 차관은 "관련규정이 이미 2월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함께 전국 운수사업체를 대상으로 근로·안전 기준 준수 여부를 1개월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기존 차량에 대한 안전장치 부착 의무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7월 '봉평터널 사고' 이후 발표한 '사업용 차량 교통안전 강화대책'에서 올해 1월부터 신규 출시되는 대형 승합차, 대형 화물차 등에 자동비상제동장치(AEBS)와 차로이탈방지장치(LDWS) 장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과도한 비용을 이유로 기존 출시 차량에는 장치 장착을 강제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신차에 AEBS를 장착하면 500만원이 들지만, 기존 차량에 새로 장치를 달려면 2000만원이 필요해 운수업체 부담이 크다는 이유가 고려됐다.
이에 대해 맹 차관은 "기존 차량에 대해서도 안전장치가 최대한 빨리 부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전장치 장착 대상 버스를 전장 11m 이상으로 한정하는 바람에 전장 9∼11m 버스의 안전이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에 따라 적용 대상을 버스 길이에 상관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제로 9일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를 낸 버스는 길이 11m에서 5㎝가 짧아 LDWS 장착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맹 차관은 "이같은 사고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수도권 광역교통청 신설"이라며 "현재 초안을 준비 중이며, 서울시·경기도·인천시 등 관련 지자체들과 협의를 거쳐 연내 신설여부와 기능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맹 차관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코레일과 SR(수서발 고속철) 통합에 대해선 "(통합이라는) 방향을 정해놓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관련기관간 견해차가 있어 결론이 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당초 알려진 시한인 9월 대신 '연내 확정'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편 경찰은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버스사고를 낸 광역버스기사 김모씨(51)가 근무한 오산교통에 대해 교통사고시 수리비 등 교통사고 처리 비용을 기사들에게 떠넘기고 임의로 운행계획을 변경하는 등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아울러 오산교통 소속 정비사 4명이 정비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채 불법으로 차량을 정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수원 = 홍종성 기자 / 서울 = 전정홍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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