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조영훈씨(28·가명)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독서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수 차례 취업에 실패해 졸업이 늦어진 조씨는 영어 학원비라도 보태려 이 독서실에서 평일 밤 12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일한다. 대략 한 주에 30시간 일하는 셈이다. 밤샘 근무를 마친 뒤면 짧은 낮잠을 자고 곧바로 학원과 취업준비 스터디로 발길을 옮긴다. 하지만 그동안 누적된 피로에다 하반기 취업시즌이 눈 앞에 다가 오면서 그는 몸도 마음도 '그로기' 상태라고 토로했다.
취업자수 증가 규모가 3개월 째 둔화되면서 청년층 고용난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조씨처럼 취업 준비생이나 아르바이트생 등 공식 실업자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실질적인 실업 상황을 나타내는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역대 최악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사실상 한국 청년 4명 중 1명이 '일자리 절벽'에 내몰린 것이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수는 2686만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0만 1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 초만해도 빠르게 늘어나던 취업자수는 3월 46만6000명 이후 4월 42만 4000명, 5월 37만 5000명으로 증가속도가 둔화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0만명에 턱걸이했다. 올 1월 이후 5개월만의 최저치다.
특히 청년 고용이 크게 줄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50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7만 6000명 늘었지만 15~29세 청년층에서 3만 4000명 급감했다. 특히 학교 방학을 맞아 15~19세 취업자는 2만 4000명 늘어난 반면, 주 취업 연령층인 20세~29세 취업자는 5만 7000명 뒷걸음질 쳤다.
그 결과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달 10.5%로 1년 전(10.3%)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6월 기준으로 2000년 이후 17년만의 최고치로, 지난 2월 두 자릿수를 나타낸 뒤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공식 통계에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알바생, 공시생 등을 포함하면 한국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에 빠져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직장을 구하는 잠재구직자나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년 전(21.6%)보다 1.8%포인트 급등한 23.4%를 기록했다. 6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세부 지표를 보면 '취준생' '공시생'으로 대표되는 '잠재 경제활동인구'가 대폭 늘면서 체감 실업률을 끌어 올렸다. 2016년 6월 55만 1000명이었던 잠재 경제활동인구는 지난달 64만 2000명으로 늘었다.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당장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취준생'과 안정적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공시생' 등이 한 해 동안 9만 1000명 불었다는 의미다.
그 밖에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도 1년 새 9000명 늘면서 지난달 9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한 주에 35시간 미만을 일하며 다른 일자리를 찾는 일명 '알바생'들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청년 실업률 상승 등 취업애로가 심화되고 있다"며 "추가경정예산 등 적극적 거시정책과 청년 등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 실업난 해소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11조원대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은 국회 문턱에 걸려 정부와 구직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실업 문제는 장기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지만 당장의 상황이 너무 심각해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나 중소기업 채용 지원 등 단기적 완충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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