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독립성을 제고하는 한편 자산운용방향을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여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재부가 먼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 독립을 강조한 것이어서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앞서 두 부처는 2015년 기금운용본부 독립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기재부는 23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7년 기금평가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해외 연기금 사례를 참조해 새롭게 만든 평가지침으로 국민연금을 평가한 결과 해마다 중소기금에 비해 월등한 운용 실적으로 '최우수(탁월)' 등급을 받은 국민연금이 이번에는 두 단계 아래인 '양호'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작년 기준 516조원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가 위험관리와 성과평가 측면에서는 비교적 우수했지만 국민연금본부로부터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기재부는 "기금운용본부가 공단 내 한 부서로 소속되고, 본부장의 연임 결정 권한이 공단 이사장에게 있어 기금운용본부장의 예산, 인력운용, 투자의사결정이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문형표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개입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기재부는 또 국민연금의 자산배분과 목표수익률 등을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 임기 장기화, 교육훈련 프로그램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총 38개 기금을 대상으로 한 이번 평가에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문화예술진흥기금, 중소기업창업및진흥기금 등 5개 기금이 '탁월' 등급을 받았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3.72%와 3.91%였다. 국민연금은 4.69% 수익률을 올렸지만 지배구조 등 비계량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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