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표준이 되는 자율주행기술 플랫폼을 개발하겠다."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꼽히는 이진우 현대·기아차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상무)의 취임 일성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진우 센터장은 미국 GM의 연구·개발(R&D) 핵심기지인 미시간주 워렌테크센터에서 11년간 자율주행차를 연구해 온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현대·기아차가 13일 조직개편을 통해 연구개발본부 내에 자율주행 개발 조직과 인력을 하나로 통합·확대한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설립한 것은 미래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래차 개발 작업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2017'에 자율주행차를 직접 타고 행사장에 등장, 미래차 로드맵을 소개한 바 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의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CEO)와도 별도의 면담을 갖는 등 전방위로 뛰고 있다.
시스코는 현대·기아차와 자율주행차의 전단계로 불리는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해 지난해부터 전방위 협력에 나서고 있다. 차량 내부에 통신망이 장착된 커넥티드카는 운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외부의 클라우드 센터에 전송한다. 이러한 정보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과 함께 차량 개발 등에 활용된다. 현대·기아차는 4년 전 국내에 빅데이터센터를 처음으로 설치했다. 지난해에는 정 부회장이 천민얼 중국 구이저우성 당서기를 직접 만나 협력을 이끌어 내며 해외 첫 빅데이터센터를 오는 6월부터 이곳에서 가동한다.
신설되는 센터는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을 전담하게 된다. 현재 양산중인 스마트크루즈컨트롤, 차선이탈방지장치 등 첨단운전자보조기술(ADAS)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상용화 가능한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 핵심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가 꿈꾸는 자율주행 기술은 '도어 투 도어(시동부터 주차까지)'가 완벽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건물 앞에서 스마트폰의 버튼을 누르면 주차장에 있던 차가 내 앞에 멈춰서고, 자율주행으로 운행한 뒤 목적지에 내리면 알아서 주차하는 형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동의 완벽한 자유를 통해 고객에게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인 주니퍼리서치는 2025년까지 부분자율 주행을 포함해 2200만대의 자율주행차가 보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IHS는 같은 해 완전 자율주행차 시장이 60만대에 달하고 향후 10년간 연간 43%씩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 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별도 조직을 마련하고,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 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 TRI(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2020년까지 5년간 10억 달러를 투자해 무인차의 핵심인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연초 CES2017에서 도요타가 공개한 인공지능(AI) 콘셉트카 아이(愛i)는 TRI 주도로 만들어졌다.
BMW그룹은 독일 뮌헨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작성한 코드를 실제 차량 테스트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전문개발 센터를 설립중이다. 건립이 완료되면 2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2021년 출시될 BMW 자율주행 순수 전기차인 'i넥스트(iNEXT)' 개발에 매진할 전망이다. 벤츠와 아우디는 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볼보는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올해 자율주행차 100대를 스웨덴 일반도로에 달리게 하는 '드라이브 미'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신생 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는 지난달 자율주행 책임자로 애플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영입했으며, 페러데이 퓨처는 올해 CES에서 무인 자율주행 차 'FF91'으로 자율주행 후진주차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이승훈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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